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9-11 04:45 조회수 : 73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가?


모든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루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인간관계란 도대체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참 하면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일까’하는 의문에 빠지게 된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존재이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인가,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된 의문이 어느 새 깊은 고민이 된다. 결론은 내게서 배울 점이 많아지고 좋은 사람이 된다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어떤 일이 자기에게 이해득실이 있는지 따지는 경우’를 계산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본인에게 이해득실을 따져서 이익이 될 것 같으면 어떻게든 남아 있으려 하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 것 같으면 내친다거나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지인을 보고 ‘나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결심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나는 어느 정도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긴 한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다.

 

가끔 스스로를 돌아보면,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계산 없이 대해지고 싶다. 가끔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에게도 관대해지고 너그럽게 대하고 싶다. 가끔 어색한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난 후에 “오늘 너랑 함께 시간을 보내서 정말로 좋았어. 다음에도 함께 하자!”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나의 인간관계도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인간관계라는 것이 모래 한 줌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한다.


좋아 하는 사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마치도 손에 모래를 한 움큼 꼭 쥐면, 쥐는 힘만큼 모래는 어김없이 흘러내린다. 애써 잡으려는 노력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린다.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없이 힘을 주지 않으면 모든 모래는 빠져나간다. 그래서 나는 그저 편안하게 손에 쥔채로 모래를 감싸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나는 굳이 좋은 사람이 되려하지 않아도 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되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상황에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모래알처럼 나를 이해해주고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소중한 사람이 내 주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