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자선가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복음에서 어느 날 부자 청년이 예수님을 찾아왔다. “선하신 스승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자 부자 청년은 매우 슬퍼하면서 예수님을 떠나갔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라고 말씀하셨다. 복음에 의하면 확실히 사람들은 자기 재물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게 구원에 문제가 된다.
지금부터 백이십 년 전, 뉴욕의 한 호텔에서 당시의 철강왕인 앤드류 카네기와 금융왕인 존 피어몬트 모건이 마주 앉아서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모건은 오래전부터 카네기 철강회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카네기와 협상을 하면서 4억9천2백만 달러에 회사를 인수했다.
모건은 카네기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것을 축하해주었다. 정말이지 엄청난 돈이었는데, 그 당시 신흥 강국으로 발돋음하던 일본 1년 예산이 1억3천만 달러였으니 그 액수가 얼마나 엄청난 금액인지는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카네기로부터 철강회사를 사들인 모건은 그 후에도 몇몇 철강회사를 더 합병해서 자본금 10억달러의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인 ‘US STELL’을 설립했다. 이제 세계 최대의 갑부는 모건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세계 최대의 재벌 모건이 탄생한 날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자선가 카네기가 탄생한 날로 기억되고 있다. 카네기는 회사를 모건에게 판매한 후에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자의 인생은 두 시기로 나뉘어야 한다. 전반부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이고, 후반부는 부를 분배하는 시기여야 한다.”
카네기는 그날로부터 사업에서 번 돈으로 자기 재산을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는 1902년에 ‘워싱턴 카네기협회’를 설립했고, 당시로도 천문학적인 2천5백만 달러의 사재를 털어 미국 전역에 2,500개의 도서관을 지어 헌납했으며 대학과 교육진흥재단 등을 설립해서 모두 3억 달러를 기증했다. 자기 재산을 남을 위해 쓰는 데 앞장선 그가 훗날에 남기 말은 정말이지 명언이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세상에는 많은 부자들이 있다. 그러나 자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피땀 흘려 모든 재산을 다른 누군가에게 선뜻 내어주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것을 남에게 내어주는 사람은 진정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부자들을 보면서 사회나 이웃을 위해 쓰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만일 자신이 부자라면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남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꼭 물질이 아니어도 안 된다는 것을, 때론 경제적인 나눔도 중요하지만,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주고 불편한 손발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생각보다도 많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