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한 날
오늘은 최비오 부주임 신부님의 영명축일이다. 신부님이 이곳 대림동 성당에서 하시고 싶은 사목을 마음껏 펼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기원해본다.
그러고보니 요즘 글의 주제에서 행복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이유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며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살아가면서 행복을 거절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행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을 가끔은 너무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성당에서 예수님께 “아, 내일은 행복한 일 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하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특별히 큰 의미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지만, 일상이 늘 같은 것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냥 무심코 내뱉은 입버릇 가까운 말이었다. 그러자 십자가에 매달려계신 예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일은 행복하겠지’ 하면서 오늘을 그럭저럭 살아가면 과연 내일은 행복할까? 내일도 어차피 오늘이 될 텐데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수님께 말씀드렸다. “맞아요. 제가 너무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네요. 행복한 오늘이 쌓여 행복한 나날이 만들어지는 건데 제가 오늘을 너무 나태하게 생각했었네요.”
그러자 예수님께서 미소를 지으시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불행한 오늘을 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그러고보면 결국, 모든 것은 마음가짐이 문제였다.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행복이 놓여 있었는데, 여태껏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나쳤다. 아니 알면서도 일부러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은 고개 한번 돌려서 찾으면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면서 살았다. 그러고보니 행복은 언제나 내 곁에 머물러 있었다. 다만, 내가 찾으려 하지 않아서 몰랐을 뿐이다. 한 발짝만 내디디면 행복이라는 햇빛이 가득한데, 그걸 미처 모르고 그늘에 가려 살아왔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참으로 여러면에서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