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삼만원의 무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8-07 04:45 조회수 : 74

삼만원의 무게


어제 해외에 송금을 할 일이 있어서 은행에 들렀다. 은행 창구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다가오셔서 당신은 글을 못쓰니 도와 달라고 하셨다. 청원경찰에게 가시라고할까? 하다가 내 앞에 대기하는 분들도 많았고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나서 할머니의 출금표를 대신 써드렸다. 그때 할머니는 감사하다는 인삿말과 함께 묻지도 않은 할머니의 생활을 깊은 한숨과 함께 이야기하셨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묵묵히 그분의 말씀을 들어주었다.


사정이 있어서 한달 하고도 며칠 밖에 살지 않았는데 두달치 방세를 내고 나가라는 주인남자 얘기며, 눈이 점점 안보여서 병원에 갔더니 백내장 수술을 권하는 의사의 말에 수술비용을 묻고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냥 병원문을 나섰다등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한참들어 드렸다. 하도 답답한 마음에 자제분이 없냐고 물어보았더니, 딸이 있는데 남편의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혼자 벌어서 가족들이 살고 있어서 어쩌면 당신보다도 더 힘들거라고 생각되어서 기대하지 않으신다고 말끝을 흐리셨다. 


이야기하는 동안 할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그래도 당신 사위는 본래 착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조심스럽게 할머니에게 생활비를 여쭈어 보았는데 이내 후회하고 말았다. 하루종일 할머니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맴돌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구로디지털에 있는 회사 사무실을 새벽에 출근해서 청소를 하신다고 하셨다. 그것도 한번 닦으면 지저분하다는 말에 직원이 출근하기 2시간 전부터 두 번을 닦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받는 댓가가 한달에 60만원, 하루벌이가 삼만원이 전부인 것이다. 나라로부터 얼마나 보조를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생활의 어려움을 보지않아도 짐작할수 있었다.


삼만원이라, 문득 내가 쓰는 삼만원의 무게를 생각해 보았다. 내가 누구와 함께 간단하게 먹을 있는 음식값에 불과했다. 불경기로 인해서 불평등과 빈부의 차이가 심한 요즘, 뉴스에선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억이 넘는 슈퍼차를 몰고 다니면서 하루 용돈이 몇백만원이라는 청년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람들은 할머니의 삼만원의 무게를 알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된 속에서 그나마 일자리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새벽길을 나서야 하는 할머니의 마음의 무게는 얼마나 무겁고 고단했을까?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