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나쁜 말 한마디
가끔은 남들이 툭 던진 한마디가 온종일 신경이 쓰일 때가 있다. 사소한 말이지만 보통은 내 컨디션이 나쁘거나 상황이 애매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럴때는 아무리 사소한 말도 절대 가볍지가 않고 서운하게 들린다. 더구나 상대방의 말에 조금이라도 가시가 돋아 있다고 느끼면 감정을 절제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그러면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생각이 나게되고, 심하면 며칠 동안 그 말 때문에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칫 다른 일마저도 망칠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나는 왜 이렇게까지 남의 말 한마디에 예민하고 반응하고 전정긍긍할까?’이다. 악의가 없다는 느끼는 말은 쉽게 털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대체로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집착하면서 나는 늘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매 순간 의식하고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피곤한 일이다. 평소 자신을 안 좋아한다고 느끼던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면 말 뒤에 숨겨진 저의를 찾아내려고 대화보다는 말투와 단어에 더 신경을 쓴다. 그러다가 나에게 약간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표현이 있었다고 판단을 내리면 상대방을 미워하고 분노하는 감정을 갖게되어서 결국 미워하다가 절교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상대방이 가진 성향과 배경을 이해하게되고 그에게 별다른 의도가 없었음을 알게 되면 그가 과거에 나에게 했던 말이 나를 비꼬거나 상처를 주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향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만약 타인의 말을 너무 신경쓰는 것이 습관이라면, 말을 왜곡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내 맘에 안드는 말을 듣더라도 생각을 키우지 말고 그 즉시 잘못된 생각을 중단해야 한다. 한두 번 맘에 안드는 말을 들었다고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날을 세우면 결국 나만 힘들어진다.
설령 누군가 나에게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하더라도, 그 의도까지 알아야 할 의무는 없다. 그것은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한 상대방이 표현 방식을 바꿔야 할 일이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용기는 없으면서 언짢은 티는 내고 싶은 소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상대가 툭하고 던진 말은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문제까지 떠안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