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18. 개성과 함께하는 능력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13 11:19 조회수 : 73

18. 개성과 함께하는 능력


우리 교육은 교사의 가르침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이해하고 암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과정에서 의심하거나 자기 판단으로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불경하다고 생각해왔다. 이와 달리 유대인들은 대학자의 견해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반박 논리를 찾으며 대화, 토론, 논쟁을 통해서 자기 의견을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그들만의 교육의 문화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어릴 때부터 남과 다른 나만의 방법, 나만의 생각과 이론, 나만의 연주나 그림, 나만의 작품을 추구하는 것에 익숙해 있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노벨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놀라운 업적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이밖에도 교육에 있어서 유대인들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그들은 우리처럼 모든 사람이 같은 것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이 다수에서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창의력을 배양하는 독특한 훈련을 지속하는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남보다 뛰어나라’보다는 ‘남과는 다르게 되어라’고 가르치는게 보편적인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것을 더욱 빛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바침하는 것을 중요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통일성 보다는 개성을 중요시한다. 

 

그렇다면 개성이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남들과 차별성을 두어서 다른 모습이 바로 개성이다. 유대인 가정에서는 남보다 잘하라고, 남을 앞지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길게 내다보고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잘하거나 소질이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뭔가 남다른 개성을 가지고 자라는 편이 아이에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경쟁에서 우열을 다투면 승자는 결국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자의 특성을 존중하고 개성을 살리면 모두가 승자가 된다. 


한국 부모는 자녀에게 봉사활동을 거의 시키지 않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오직 공부만 하게 한다. 이 자체가 개성보다는 통일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남에게 자랑하기 좋은 우등생으로 키우기 위해 공부만 강조하고 공동체 생활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을 소홀히 한다. 그렇게 학교, 학원, 집만 오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 없이 공부만 한 아이들은 성적이 높아 똑똑해 보이지만 인성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사회에 진출하여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자기만 알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한 일도 함께 처리하지 못한다. 


우리의 교육의 가장 맹점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교육은 세계와 경쟁하기 보다는 우리끼리의 경쟁을 우선시 한다. 그래서 반에서 학교에서 몇등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설령 잘못이 되었더라도 전부가 잘못되면 괜찮다고 자위를 한다. 그러다보니 상대방을 배려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경쟁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함께 하는 문화를 이루는데 많은 장애를 갖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세상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것은 물리적인 것 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가치관도 해당된다. 협력의 문화보다는 경쟁을 통해서 나만 잘된다는 생각을 갖다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조차도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유대인의 문화는 이런점에서도 상당히 다르다. 그들은 누가 먼저 아이디어를 떠올렸냐는 중요하지 않고 누가 그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결실을 맺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질적으로 실행하여 구체적인 형태로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협력 관계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업적을 이룬 아인슈타인의 “나는 천재가 아니다. 다만 호기심이 많았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라고 말한 것에서 그들의 함께하는 가치관을 찾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