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14. 책을 읽는 것부터 토론은 시작된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13 09:20 조회수 : 29

14. 책을 읽는 것부터 토론은 시작된다


우리는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책을 가까이 권하는 문화보다는 놀고 먹고 하는 문화에 더 익숙하다. 서점에 가보면 거의 사람이 없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아서 늘 아쉽다. 그리고 간혹가다 있어도 책보다는 문구류를 파는 코너에 사람이 몰린다. 이처럼 책을 읽지 않아도 별로 부끄럽거나 부담이 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IT가 발전하다보니 자신이 궁금한 것을 책에서 얻기보다는 포털에 검색해서 원하는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독서는 필요하고, 맛을 들이면 나의 삶은 더욱 윤택해지는데 부수적으로 두 가지의 재미가 있다. 

첫째는 책이 전해주는 새로운 내용을 알아가는 재미이고, 둘째는 ‘재미있는 독서법’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자신이 느끼지 못한 점들을 찾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난 뒤 서로 질문하고 토론함으로써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알아내지 못했던 내용을 알아가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이 분야에서 특화된 민족이다. 


책을 읽는 것이 이처럼 중요하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아이들의 책 읽기는 동화에서부터 시작된다. 동화나 이야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없다. 우리도 자녀를 위해 어린이 도서관처럼 거실을 꾸며놓고 많은 책을 일게 하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자녀가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자녀가 책 속에 빠져 살면 부모들은 혹시 영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책 이외에 다른 장난감이나 또래와 어울리는 것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초독서증(Hyperlexia)’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초독서증이란 뇌가 성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잘못된 책읽기를 주입한 탓에 내용의 의미를 전혀 모르면서 기계적으로 문자나 숫자를 암기하게 해서 발생되는 유아 정신 질환으로 일종의 유사 자폐증이라고 할 수 있다. 증세로는 언어 상실, 사회성 결여, 난폭 행동, 사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유사 자폐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린시절에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대인들은 그 방안으로 책 내용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것인데 이것을 유대인들은 ‘살아있는 독서법’이라고 표현한다.


어린 아이들과 토론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아이가 읽은 간단한 내용이나 동화를 읽어준 다음에 서로 간단한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은 책을 읽는 만큼이나 필요하다인간의 삶은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는 모든 관계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관계이다. 아이와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을 부담갖지 말고 즐겨야 한다. 질문은 인격 형성과 실력 향상에 매우 중요한 학습 요소다. 이것을 일찍 간파한 유대인은 묻지 않고 듣기만 하는 학생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