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항상 햇빛만 나면 사막이 된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6-19 04:41 조회수 : 67

항상 햇빛만 나면 사막이 된다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배를 타고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가다가 풍랑을 만난다. 심한 바람과 풍랑 때문에 제자들은 모두 죽을 것만 같은 공포에 휩싸였는데 그 와중에도 태연하게 주무셨던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말 한마디로 그 풍랑을 잠재워 주셨다. 풍랑을 잠재우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도대체 이분이 누구신데 호수의 풍랑과 바람까지 복종하는가 하고 놀란다. 예수님은 바람과 풍랑까지도 잠잠하게 만드실 수 있는 분이시지만 정작 본인 자신은 삶은 순조롭지 못하셨다. 


아무리 선한 일을 하고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었지만 그들에게 배신을 당해서 결국에는 뺨을 맞으시고, 미친놈 소리를 들으시면서 채찍질과 비웃음을 당하시더니 결국에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 우리는 살면서 평지풍파가 없기를 기원하지만 그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려움과 고통은 늘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계신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풍랑을 겪을 때마다 우리 곁에서 침묵을 하시면서 지켜보신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힘을 내서 극복해보라고 격려와 용기를 주시면서 삶안에서 풍랑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기를 원하고 계신다.


아랍인들의 속담 중에는 “항상 햇빛만 나면 사막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땅에는 가끔 비가 와야 메마르지 않고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며 겪게되는 여러 가지 풍랑들은 때로는 우리에게 유익을 가져온다.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시면서 극복했을 때에는 축복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집회서에는 “황금은 불 속에서 단련되고 사람은 굴욕을 통해서 단련된다”는 말이 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박해라는 큰 시련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희망과 기쁨에 넘쳤고 자신들은 가난했지만 오히려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주님의 사랑을 깨우쳤다고 신앙고백을 했다. 큰 시련과 극심한 가난이라는 풍랑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기쁨과 사랑과 믿음의 삶이 커졌다는 것은 풍랑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항상 햇빛만 나면 사막이 되고 만다”는 아랍 속담처럼 비가 오지 않는 땅과 풍랑이 없는 인생은 오히려 황폐한 사막이 될 뿐이다.


인생이란 바다에 띄운 조각배와 같고, 혼잡한 도시에서 지팡이를 하나 들고 장애물을 피해서 집을 찾아가는 소경과 같은 삶이다. 앞으로 어떤 풍랑이 닥쳐올지 모르는 조각배와 소경과 같은 삶은 분명히 두려운 삶이다. 그러나 세상을 이기신 주님께서 제자들과 사람들을 향하여 꾸짖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우리가 그 동안 겪었던 삶의 풍랑들이 나를 이 정도나마 성장시켰고, 하느님께 대한 순수한 믿음으로 이나마 자라게 했음을 기억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