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살면서 만남은 늘 있는 일이지만 우리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오랫동안 하셨던 신자에게 들었던 말이 기억이 났다. “신부님, 예전에는 한국에서 이민 오는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서 누가 공항에 가는데 이민자의 직업이 이 순간에 결정될 때가 많았습니다.” 세탁업을 하는 교포가 마중 나가면 세탁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야채 가게나 마트를 운영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런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직업을 정하는 사람들이 확률상으로 많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온라인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지만, 예전에는 깜깜이 이민이 많았기에 벌러질 수 있었던 일이었다. 두려움과 희망이 교차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직업을 찾을 때 처음에 마중 나온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의지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러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직업을 선택할 때에도 많은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선한 영향력을 끼쳐주신 분도 계시고 때로는 악한 영향력을 보여주신 분도 계셨을 것이다. 만남을 통해서 많은 영향을 받기에 좋은 만남, 그 중에서도 '첫 만남'의 순간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연천에서 교장으로 근무했을 때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공방을 운영하던 목수를 만난적이 있었다. 그분은 자신의 일에 아주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분의 젊은 시절에는 매사가 불만투성이었다고 한다. “나의 삶은 왜 이 모양인가, 어쩌다 목수가 되어 망치질이나 하는 팔자가 되었나. 우리 부모는 나를 왜 이 모양으로 살게 만드셨나.” 하면서 반항하고 원망하며 열등의식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 성당의 신부가 찾아와서 성당의 내부 공사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자신은 신자도 아니고, 돈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못준다는 말에 고민을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옆에서 도와주던 젊은 신부의 인성에 감동을 받게 되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날 세례를 받게 되었다.
그분의 표현에 의하면 젊은 그 사제는 자신에게는 예수님이었다고 표현했다. 자신과는 아무 인연도 없었지만 누군가의 추천을 받고 자신을 믿어서 일을 주신 그 사제는 그분의 기억으로는 태어나서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반항하고 부정적인 삶을 살았던 자신에 대해서 반성하고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었고 한다. 그가 젊은 사제를 통해서 예수님을 만난 후 자신은 자부심을 갖고 일을 했다고한다. 그의 공방 한구석에서 “예수님을 만난 후로 내 망치는 노래하기 시작했고 내 망치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 눈동자엔 생기가 돌고 내 마음 속에 생수가 솟는 듯하다.”라고 글을 보았다. 그 목수에게는 한 젊은 사제를 통해서 예수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그 첫 만남으로 자신의 삶이 변화가 되는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