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30 08:23 조회수 : 74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


오늘은 성모성월의 마지막 날이면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신 상태에서, 친척인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2천년 전에 성모님께서 엘리사벳을 만나기 위해서 에인카람이라고 불리는 장소를 방문한것은 사실이지만 그 방문 날짜가 오늘했다는 근거를 상당히 미약하다. 하지만 교회에서 오늘을 축일로 정한 사유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 24일) 사이에 성모님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루가 복음 1장에 의하면 성모님께서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이후에 성령에 의해서 처녀의 몸이지만 임신하게 된다. 그러나 성모님의 불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성부의 뜻이라고 하지만 당시의 종교적, 문화적 특성상 처녀의 임신은 두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임신의 기간이 훨씬 지난 나이에 아이를 가졌다는 사촌언니 엘리사벳의 소식이 들려왔고 성모님은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서 엘리사벳이 지내고 있던 에인카렘으로 방문하셨던 것이다. 이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묵주의 기도의 환희의 신비 2단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에인카렘을 열차례도 넘게 방문을 했다. 지금은 예전과는 환경이 달라졌을 것이다. 방문할 때마다의 느낌은 왠지 성모님과 엘리사벳이 어디에선가 불쑥 나오셔서 우리를 반겨주시고 함께 하실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올리브 나무들과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언덕들 사이에 자리한 그림같은 에인카렘 마을은 예루살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당연히 세례자 요한이 태어난 장소이다. 다만 성서에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만났던 장소와 태어난 장소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단지 '길을 떠나 유다 산골 고을로 서둘러 갔다.' 고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인카렘으로 장소가 특정된 것은 콘스탄니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의 이스라엘 성지순례와 헌신적인 예수님의 흔적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발견된 장소 중에 하나였다. 


이 마을에 살던 즈가리야가 성전의 사제이었기 때문에 예루살렘과 가까웠을 거라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리고 훗날 고고학 자료와 전해오는 전승에 의해서 에인케렘이 바로 엘리사벳 성녀가 사시던 곳으로 입증이 되었다. 에인카렘이라는 말은 '포도밭의 샘'이라는 의미를 지닌 에인케렘(히브리어), 또는 아인카렘(아랍어)에서 나왔다. 이곳은 예루살렘 구시가지로부터 서쪽으로 대략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던 장소였고 예수님 시대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로마의 문서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 장소는  예언자 예레미아(BC 650-580년경)가 '벳케렘'이라고 처음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의 마지막 예언자가 태어날 곳이라고 언급한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다. 오늘 축일을 가장 잘보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수 있다는 하느님의 전지전능하심을 확인하면서 미사전례를 참석하는 것과 성모님의 방문을 기념하는 환희의 신비를 봉헌하는 것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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