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삼위일체와 성호경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26 21:42 조회수 : 93

삼위일체와 성호경


한 소년이 공터에서 하늘 높이 연을 날리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던 나지막한 구름이 소년의 시야에서 연을 가려 버렸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사람이 그 소년에게 물었다. “꼬마야, 그 줄을 쥐고 뭐하니?”, 그 꼬마는 대답했다. “연을 날려요.” 아저씨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만 구름에 가려진 연을 볼 수가 없었다. “애야, 너는 어떻게 저 하늘 높이 연이 있다고 믿을 수 있니?” 그러자 소년이 말했다. “제게는 연이 보이지 않아요. 그런 이따금씩 당겨질 때가 있거든요.” 


이 짧은 예화는 우리에게 많을 것을 느끼게 해준다. 교리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에 관한 교리를 설명하는 것이 그중에 하나이다. 삼위일체 교리를 믿을 교리라고 마무리하기 일쑤다. 교리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신앙생활을 통해서 우리를 이끄시는 힘, 우리를 끌어당기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하느님은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매순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고백하는 그 순간, 신앙의 눈으로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는 대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실기 때문이다. 


교회는 전례를 통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의 신비를 묵상하고 하느님을 고백하며 찬미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삼위일체란 하느님의 삶, 하느님의 업적, 하느님의 사랑을 말한다. 성부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근원이시고, 성자는 하느님이시지만 우리가 보이는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구원을 선포하시고 그 구원을 당신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로써 완성하셨다. 

성령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길을 은총과 기도를 통하여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성부는 성자를 사랑하시고 성자는 성부를 사랑하신다. 그리고 이 사랑의 결과는 성령이시다. 그러나 삼위일체는 인간의 언어로 규정되거나 인간의 논리와 수학으로 풀 수 없고 과학으로도 증명할 수 없는 신앙의 신비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나의 삶이 내 것이 아니라 주님으로부터 온전히 받은 것이며, 오직 주님 안에서만 참된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지속적으로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매순간 우리와 함께 계시는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삼위일체를 고백하는 성호경은 신앙의 가장 기초적인 행위이지만 동시에  분이신 하느님 안에 위격이 계심을 믿고 고백하는 함축된 중요한 기도문이다. 그래서 성호경은 정성껏 긋는 것은 간단하지만 가장 있는 아름다운 기도를 봉헌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신앙인으로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된 인격적인 삶을 통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고백하고 또한  세상에 증거해야 한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리고 하느님 덕분에 이웃을 사랑할 삼위일체의 신비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