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성격차이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혼에 대해서 언급하셨다. 결혼생활을 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려운 숙제라고 생각된다. 나도 혼인미사 주례를 앞두면 며칠동안 새롭게 시작하는 신혼부부들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심으로 기도를 해준다. 하지만 나의 바램과는 달리 세월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가족들과 친지들의 눈치가 보여서 함께는 살고있지만 이혼한 것과 다를바없이 사는 가정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연애 시절에는 커플티나 반지를 맞추고 휴대폰의 비밀번호도 함께 공유하던 부부가 신혼여행을 하고 오자마자 헤어지겠다고 하는 경우까지 있으니 참으로 결혼생활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부부들이 이혼하려는 가장 큰 원인이 ‘성격 차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각자의 가정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30년을 넘게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맞춰가면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성격 차이’가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많은 사람이 부부는 일심동체, 마음과 몸이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함께 살아본 이들은 알겠지만, 각자의 몸이 다르듯 마음도 당연히 다를수 밖에 없다. 오히려 같은게 더 이상할 수 있다. 살아온 환경, 즉 성장 과정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부부가 성격이나 가치관이 다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같은 어미에서 동시에 태어난 강아지들도 성격이 전부 다르다. 마찬가지로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들도 당연히 성격이 같을 수는 없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살아가는 가족도 성격이 다른데, 남남이 만난 부부가 성격이 같거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줄기차게 성격 차이를 주장하면서 헤어지려고 할까? 실은 성격이 달라서라기 보다는 자기 마음을 몰라주거나,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고 때로는 맞춰주지 않은 것이 쌓이면 미움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혼 전에는 억지를 부리거나 떼를 써도 되도록 이해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약해진다. 아마도 상대가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부부는 동등한 관계여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상대방이 거부할 수밖에 없다. 결혼 전에는 둘만의 관계가 중요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서로의 가족들 때문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부모와 가족의 입장이라면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지켜보면서 기다려주고 기도해주라고 권하고 싶다. 부부간의 싸움은 애들 싸움과 같아서 어른이 끼어들면 싸움이 더 커져서, 자칫 집안싸움으로 번져서 최악의 결과로 가는 경우도 자주 있다. 자녀가 결혼하면 철저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때로는 외면을 해야한다. 즉, 자기 자식이 소중하다고 생각이 들더라도 간섭하지 말고 그들만의 삶을 살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적지않은 부모들은 자식을 품 안에 두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에 자식의 인생에 관여하려 한다. 그러면 자식의 문제와 부모의 심리적 문제가 뒤엉켜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결혼한 자식들이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본인이 선택한 것은 스스로 감수하는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한다. 자녀가 성격 차이로 이혼하고 싶다고해도 가족들은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그들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기도하면서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