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노래하는 새와 재물을 모으는 들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24 03:05 조회수 : 65

노래하는 새와 재물을 모으는 들쥐 


한 마리의 새가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서 산 속의 동물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새가 사는 근처에 부지런한 들쥐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그 들쥐는 새와 달리 봄부터 부지런히 일했다. 특히 가을부터는 온갖 곡식들을 물어다가 곳간을 가득 채웠다. 계절은 흘러 어느덧 모든 동물들이 힘들어하는 겨울이 닥쳐왔고, 당장 먹을 것이 없었던 새는 부지런히 일한 덕택에 숲 속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소문난 들쥐를 찾아가 먹을 것을 나누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쥐는 새의 게으름을 탓하면서 듣는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새는 얼어죽고 말았다. 


들쥐는 새의 죽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걱정없이 잘먹고 잘지내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고, 숲속이 매우 적막해졌다는 사실을 깨다는 순간, 들쥐의 삶은 견딜 수 없이 공허해졌고 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새의 노래가 엄청나게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기나긴 겨울동안 새의 노랫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지만 새가 죽고 없는 지금, 그것 불가능한 일이었다. 새의 노랫소리를 듣지 못한 들쥐는 점점 의욕을 잃어갔고 결국 곡식이 가득 쌓인 곳간에서 정신적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이솝의 이야기에 나오는 부분이지만 우리 인간들에게 주는 교훈이 크다. 인간의 가장 큰 어리석음도 들쥐와 마찬가지로 물질의 풍요가 곧 행복과 직결된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물질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들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만 그 기대감이 지나져서 삶의 목표가 된다면 그 순간부터는 물질은 언제든지 부족하고 삶 자체가 물질의 노예가 되기 마련이다. 절대로 만족할 수 없는 것이 물질이다. 마치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하는 것과 같은 일치라고 생각된다. 


만약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하다가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날까? 확실한 것은 물질에 대한 걱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까?일 것이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그동안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모았던 많은 물질과 건강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질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물질은 중요하지만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잃어가면서 욕심을 내지 말자고 하고 싶다.  

우리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을 만족하는 마음이다. 살면서 크게 불평하지 않고 만족하면서 살아갔으면 한다. 만족하는 마음이 없다면 내 옆에 있는 재물 끊임없이 쌓여만 가는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