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일꾼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23 04:03 조회수 : 62
숨은 일꾼들
어제는 장례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 이웃에 있는 강남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의사들의 파업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안되어서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병원이라는 곳은 늘 붐비고 바쁘게 돌아간다. 아픈 환자들이 오고가는 곳이라서 질서가 없어 보이지만 나름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다. 음악으로 친다면 병원은 연주장 같은 생각이 든다. 연주라는 것이 각기 다른 성향의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와 환자들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보호자까지도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 예술가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공연장이 그렇듯이 병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이 많기에 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그분들의 노고는 절대적이며 찾아보면 뒤쪽에서 묵묵히 맡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시는 분들이 결코 적지 않다.
수없이 오가는 차량을 정리해 주시는 분들과 보이지는 않는 지하실에서 여러가지 장비를 운용하고 계시는 분들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시고 계시는 것이다. 그러한 곳은 병원이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곳이다. 하지만 거대한 병원이 끝임 없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음과 탁한 공기 속에서 기계와 장비가 멈추지 않도록 열심히 근무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분들 역시 무대 중심에서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와 다를 바 없이 병원의 사명 구현을 위해 함께 연주하는 뛰어난 연주자들이다.
건강은 몸의 여러 기관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서로가 조화를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이런 유기적인 관계가 하나라도 무너지면 우리는 신체에 병이 생긴 것이고 그것이 심하면 사람은 사망에 이르게된다. 세상의 모든 일들도 마찬가지여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인만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어제 장례식장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에도 모든 관심과 집중은 사제 혼자서 받지만 제대를 차려주시는 봉사자와 전례를 원만하게 이끌어주시는 전례단원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나 혼자서 준비하고 미사를 봉헌했다면 어색하고 조화롭지 못한 미사가 되었을 것이다. 전례가 원만하게 이루어질수 있었던 것은 시간을 내어서 수고를 해주신 많은 봉사자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숨은 일꾼이신 봉사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러고보니 병원이든 성당이든 세상 일이라는 것이 여럿이 함께하는 과정에서 조화와 화합이 이룰때만 생명을 구하거나 신앙공동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장례미사를 봉헌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