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부처님 오신 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15 04:53 조회수 : 74

부처님 오신 날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는 공휴일이라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이왕이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보았다. 불교와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불교에서는 성불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스스로 보살이 될 수 있다는 교리이다. 우리 가톨릭에서는 가장 강조하는 것은 '믿음과 은총'이다. 이는 우리의 구원은 우리 스스로가 이룰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하느님이 은총을 베푸실때 구원이 가능하다는 교리이니, 불교와는 근본적으로 같으면서도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을 미워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생활하면서 남한테 미움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자주해보지만 이 모든 것들은 나의 개인적인 바램일 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사랑이 있는 만큼 증오가 있고, 친구가 있는 만큼 나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내가 아무리 남을 미워하지 않더라도, 나도 모르게 남의 미움이 대상이 되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마찬가지로 나또한 특별한 이유없이 남을 시기하거나 미워하는 경우도 많다. 그로 인해서 소중한 나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선배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세상을 살면서 너무 미워하지 마라. 내 원수는 남이 나 대신에 갚아주는 법이다.” 

가끔씩 내가 누구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길 때마다 마음으로 이 말을 곰곰이 꼽씹어본다. 지금까지 ‘내 원수’를 남이 갚아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 말뜻을 생각할 때마다 나에게 상처와 고통을 준 이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작아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선배 신부님의 말씀 안에는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인생이 짧은데 원수를 갚으려고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는 뜻이 숨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살면서 원수지는 일이 왜 없겠는가. 사람들은 이기심을 버리지 않아서 남을 억울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내가 남에게 억울함을 당하는 일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도 늘 나는 억울하게 당했다고만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면 행복한 삶에 이르기는 어렵다.

그래서 부득이 원수라고 여겨지는 사람 있다면 그래도 보복하지 않고 용서하거나 잊으려고 노력하는 삶의 자세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면서 그 자체가 은총이라고 생각해 본다그러고보니 불교가 되었던 가톨릭이 되었던 가장 강조되는 말이 '사랑과 용서'이니 이는 분명히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심이 되는 삶의 지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휴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