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믿음천국 불신지옥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5-03 05:54 조회수 : 96

믿음천국 불신지옥


오늘은 성 야고보와 성 필립보 축일이다. 자신의 신앙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셨던 성인들의 삶과 죽음을 생각해보면서 나의 믿음을 점검해보았다. 내가 4년 동안 살았던 전곡읍 양원리에는 아주 작은 예배당이 하나가 있는데 교회 앞에는 붉은색으로 ‘믿음천국 불신지옥’이라고 적혀 있는 낡은 스타렉스가 항상 서있었다. 그리고 주일이면 어김없이 동네를 돌면서 노인들을 태우고 교회로 향한다. 나는 그 차를 볼 때마다 꼭 붉은색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들에게 믿음을 너무 권하다보면 오히려 협박하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 유쾌하진 않다. 


믿음이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떠나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단어다. 인간 대 인간,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믿음만큼 영향을 끼친 단어는 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고 만지지 않아도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단어인 믿음은 바로 희망이고 용기이며, 기쁨이고 생명이다. 반대로 믿음이 없는 곳에는 절망감이 팽배하고 열등의식 속에 사로잡히며 슬픔과 어둠이 있을 뿐이다. 

뜨거운 목욕탕에 들어간 아버지가 “어휴, 시원해 .”하는 소리를 듣고 첨벙 뛰어든 아들이 너무 뜨거워 튀어나오면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네.” 했다는 이야기가 있듯, 믿는 놈이 바보라고 말하는 세상이지만 믿음이 없는 개인과 가정, 회사와 집단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톨스토이의 작품 ‘재난의 원인’이라는 소설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사는 두 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이쪽 집의 닭 한 마리가 담을 넘어 저쪽 집에 가서 알을 낳았다. 이쪽 집 아이가 그것을 보고 “우리 집의 닭이 너의 집에 달걀을 나았으니 가져오라.”고 했고, 저쪽 집의 아이는 “찾아보아도 없다.”고 했다. 결국 아이들끼리 “알이 있다, 없다.” 하고 싸우게 되었고 이 싸움에 양쪽 집 어머니, 아버지도 자기 집 아이를 옹호하며 싸우게 되었다. 화가 난 이쪽 집의 아버지가 저쪽 집에 불을 질렀는데 바람이 불어 자기 집도 타버렸다. 집을 날려 버린 두 가족은 잿더미에 올라앉아 별을 보면서 하룻밤을 지낸다. 그리고 생각하고 반성한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을까? 달걀 때문인가? 아니다. 달걀 하나 때문이 아니라 양쪽 집 사이에 깊이 잠들어 있었던 불신 때문이었다. ‘불신은 인간을 교만과 욕심, 그리고 파멸로 이끌 뿐이다.’라는 것을 양쪽 집 가족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자세에서 필립보는 불신앙적 모습이었다. 하느님을 직접 뵙게 해주시면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믿겠다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이는 훗날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해서 눈으로 보아야 믿고 손으로 만져 보아야 믿고, 창에 찔린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보고야 믿겠다고 말하던 토마 사도와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그들의  이런 모습을 믿지 못하고 있는 사도들을 비웃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있는가

오늘 복음 내용처럼 함께 오랫동안 지냈고 그분이 하신 말씀을 믿는다면 이미 우리들은 믿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요, 하느님과 이미 함께 하고 있다는 말씀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