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성가의 향기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4-29 04:31 조회수 : 84

성가의 향기


부활 5주일 복음은 '예수님은 참포도나무요, 예수님께 붙어있지 않은 가지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가 '나는 포도나무요'는 예수님의 그윽한 향기가 깃들어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그 향기는 꽃에서 풍겨 나오는 세속적인 향기가 아니다. 다만 성가에서가 아니면 풍겨나올 수 없는 거룩한 향기다. 이 거룩한 향기는 우리의 생명을 향해서 눈을 뜨게 하는 그리스도의 말씀이 된다. 이 말씀의 향기 때문에 나는 성가를 부를 때 엄숙해지면서 주님께 감사와 주님으로부터의 은총을 저절로 청하게 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작은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그러하리라.” 우리가 부르는 성가에는 주님의 뜨거운 사랑이 가슴을 젖게 해준다. 가사가 그러하며 곡이 또한 하기 때문이다. 

나는 연천에서 근무하던 몇 년 동안은 성가가 없는 미사를 집전해왔다. 미사를 봉헌할때마다 뭐라고 표현하지 못하는 건조함이 늘 있었다. 그런 무미건조한 미사의 시간을 통해서 나의 신심이 얼마만큼 하느님께 전해질 수 있을까를 여러 번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성가는 미사 시간에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신앙을 살찌게 하는 양분임은 분명하다. 


후배 신부님 중에 혼배성사를 주례할 때에 자신이 직접 성가를 불러주고 성가책을 선물로 주시는 분이 계신다. 아마도 그 신부님은 성가처럼 서로가 조화를 이루면서 성가정으로 살 것을 당부 드리면서 성가책을 선물로 주시는 것이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 부부는 오해로 인해서 다투는 일도 자주 생기고 그게 심하면 이혼이라는 것도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다름이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루고 그 조화가 아름다운 성가가 되는 것처럼 자신들의 개성을 양보와 희생으로 다시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성가이라는 것은 전혀 성격이 다른 악기들과 목소리가 다름을 넘어서서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다. 가정 생활은 물론 교회와 사회생활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서로가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 존중해줄 아름다운 가정과 교회 그리고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다름 안에서 조화를 만들어 가는 성숙한 신앙인의 삶을 사시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