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부활하신 예수님과 방황하는 우리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3-29 21:28 조회수 : 102

부활하신 예수님과 방황하는 우리들


오늘은 사순의 끝이면서 부활이 시작되는 날이다. 어제 새벽 시간에 3시간 동안 수난 감실에서 묵상하다가 영원한 것은 무엇이며, 나에게 순간 다가왔다가 지나가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영원한 것은 하느님이라고 믿는 확신은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왔다가 가는 것들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지 성찰해보았다. ‘스쳐 지나간다’는 말 그대로, 좋은 것과 나쁜 것, 쾌감과 고통, 동의와 거절, 성취와 실패, 명성과 치욕과 같은 모든 일들은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 같지만 우리의 인생에 잠시 다가왔다가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모든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경험했던 모든 일들도 지금은 끝난 상태인 것이 대부분이다. 이전부터 가져 왔던 생각들에도 모두 시작과 끝이 있었고,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 역시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변화돼 왔다. 살면서 한가지 감정만이 우리의 마음을 차지했던적은 없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수시로 행복, 슬픔, 질투, 우울, 분노, 사랑, 수치심, 명예와 같은 모든 감정들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 정답은 사실 아무도 모른다. 단지 우리가 아는 거라곤, 결국 모든 것이 무(無)로 사라졌지만 무형적인 모습으로 나의 삶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사실에 실망하곤 한다. 첫째는 기쁨을 경험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법은 절대로 없다. 둘째로는 고통을 겪게 될 때, 당장 그것이 순식간에 사라져 주기를 바라는 것 또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이또한 희망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불행은 자연스런 흐름에 저항할 때 생기는 침전물과 같다. 

인생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일들의 연속이라는 사실과 감정의 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잔뜩 흐려진 마음을 맑게 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의 한 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과 함께 흘러가 버리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새로운 순간들로 메워진다. 그렇기에 흥겹고 즐거운 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이랑 맘껏 누려라. 하지만 결국 그 순간에도 다른 일이 다가오고 있으며, 다른 모습의 순간들로 대체될 것이라는 사실 또한 명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스쳐 가는 모든 일들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개의치 않을 때, 변화 무쌍한 삶의 순간순간 속에서도 평화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어떠한 고통이나 불쾌한 상황 역시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부활을 목전에 둔 지금 그 분의 수난과 죽음도 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가슴 속에 새겼으면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면서 역경에 직면한 순간에도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을 있게 된다. 항상 이렇게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