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유리와 거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2-29 04:50 조회수 : 121

유리와 거울


어제는 거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같은 소재로 만들었지만 기능면에서 전혀 반대의 성격을 갖은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유리이다. 거울과 유리는 규석이라는 광물을 기반으로 만든다. 하지만 둘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유리는 들어오는 빛을 그대로 투과시키고 거울은 빛을 반사시킨다. 같은 소재이지만 어떻게 뒷마무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정반대의 성격과 기능을 갖는다.


이를 우리의 삶속에 투영해보면 비슷한 현상들이 수도 없이 많다. 비슷한 환경속에서 태어났지만 교육에 따라서 너무나도 다른 인성을 지닌 사람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독재자나 연쇄살인범들도 많은 경우 연약한 인성을 지니고 있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만약 그들이 힘들어하던 시기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관심이나 말 한마디를 받고 살았다면 그렇게까지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이진 않았을 거라고 개인적으로는 믿고 있다. 물론 내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작은 체험을 통해서 낸 나름의 결론이다.


인성을 결정하는 요인중에서 환경과 교육이 절대적이라고 생각된다. 학교를 맡아서 경영을 해보니 그런것들을 확실히 더 많이 느낀다. 조금더 관심을 갖고 말을 한번이라도 더 걸어주면 훨씬 긍적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되는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않게 발견할 수 있다. 힘들어하거나 문제가 있는 학생들일수록 더 많은 관심을 보여주기를 묵시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에게 강조했었다. 한번 더 살펴보고 한번더 말을 걸어보고 한번더 눈길을 주라고….


내가 키우는 난들이 몇개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작년에 꽃이 핀 상태로 선물을 받았다. 동양난은 꽃이 피면 그 향기가 대단하다. 꽃향기가 방을 가득하면 마음이 행복했었다. 선물을 받았던 대부분의 난들은 한해만 꽃을 피웠고 그래서 대부분 한쪽 구석에 있다가 시들면 버리곤 했었다. 그런데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난 중에는  지난 가을에 다시 꽃이 피었다. 그리고 보름가량 서재에 향기를 채우더니 꽃이 시들었다. 꽃이 진 난을 처리하다가 뜻밖에 보름동안 꽃을 피워준것이 고마워서 영양제를 사다가 꽂아주었었다. 그리고 밖에서 자연스럽게 비도 맞게 했고 햇빛도 적당히 조절해주었더니 늦가을에 꽃대가 다시 슬그머니 올라왔다. 

한해에만 2번이나 꽃을 핀다는게 너무 나도 신기하고 반가웠다. 나에게 있어서 난은 말못하는 식물들도 믿음을 갖고 정성을 다하면 그 노력이 헛되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보답을 해주는 것을 확인 한 것만으로도 꽃 이상의 충분히 가치가 있다. 


난을 돌보는 정성으로 대림동 교우들을 돌아보고 싶다. 비록 능력이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관심을 갖자고 하고 싶다. 비록 당장은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헛되지 않고 반드시 좀더 좋은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믿 있. 같은 재료이지만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서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는 유리도 거울도 될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