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를 맞이하면서
‘광야’라는 말과 ‘사십’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상징성을 갖고있다. ‘광야의 사십 일 또는 사십 년’은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정화와 준비의 시간’을 의미한다. 모세는 사십 일을 시나이 산에서 지내면서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였다. 엘리야 예언자는 이사벨 왕비의 박해를 피해 광야의 길을 사십 일 동안에 밤낮으로 걸어 호렙 산으로 들어가서 하느님을 새롭게 체험했다. 그는 그 기간 동안에 자신의 어려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영적 힘을 새롭게 체험하고, 영적 힘으로 자신을 새롭게 채웠다. ‘사순시기’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특별히 묵상하면서, 주님의 한없는 사랑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닫고, 죄로 얼룩진 우리의 삶을 정화시켜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의 부활을 기념할 수 있도록 정성껏 준비하는 시기이다.
사순 1주일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1,15)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기쁜소식’은 ‘회개하라’는 경고이며 동시에 ‘복음을 믿으라’는 초대이다. 이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이 참으로 우리의 삶을 기쁨에 넘치게 하는 ‘기쁜 소식’이 될 수 있기에 ‘회개와 믿음’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주님의 말씀을 어떻게 하면 실천에 옮기는 것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여기서 예언자들이 외쳤던 ‘광야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생활의 풍요로움와 안락함에 빠져서 자신들을 구원해 주셨던 하느님을 잊고 죄악에 빠져 들었을 때, 예언자들은 그들에게 광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모든 것이 부족했기에 오로지 의지할 분은 하느님 밖에 없었던 곳, 그래서 하느님을 간절히 찾고 믿었던 광야시절의 정신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던 것이다.
‘재의 수요일’에 시작한 사순시기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영적인 광야’로 초대하시는 시기이다. 사순시기 동안 우리는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끊게 하거나, 방해하던 것들을 우리의 삶에서 말끔히 정리하고 하느님을 위한 자리와 시간을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불필요하고 시끄러운 외적 및 내적 잡소리도 제거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또렷하게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회에서 권장하는 금육, 단식, 특별한 애덕의 실천, 기도 그리고 피정은 사순시기를 거룩하게 지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강하게 추구하고 있는 물건, 돈, 시간, 건강, 지식, 재능 등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이지만, 때로는 너무 많아서 우리 신앙생활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하느님의 자녀로써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우리들은 영적인 삶과 물질적인 삶 안을 균형을 이루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