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원숭이 잡는 법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1-22 04:20 조회수 : 81

원숭이 잡는 법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를 잡는 법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목이 좁은 항아리를 땅에 묻고 그 안에 바나나처럼 원숭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넣어 두고 있으면 원숭이는 그 항아리에 손을 넣고 물건을 꺼내려고 움켜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지게 되는데 사냥꾼이 다가가도 원숭이는 피해 달아나려 하면서도 항아리 속의 물건을 움켜쥐고 놓지 않아 손을 빼내지 못해서 잡힌다고 한다. 인간의 시각에서보면 원숭이는 어리석은 존재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사냥법은 거짓말 같지만 모두 사실이다. 항아리 속의 물건을 움켜쥐고 버리지 못하여 죽음을 맞게 되는 원숭이를 바보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자신은 원숭이와 같은 어리석지 않다고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다시 말하지만, 원숭이가 잡히지 않고 살아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우선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 손에 쥔 것을 포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기회는 다음에도 얼마든지 있지만, 하지만 불행하게도 원숭이는 당장의 유혹과 욕심을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서 원숭이의 모든 비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살아가면서 버릴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이 실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며 때로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또한 버릴 줄 안다는 것은 더 높은 곳으로의 도전이요, 희망이며 삶의 열매이고 지혜이며 용기다.


어제 연중 3주일 복음에서 가장 중심적인 말은 ‘회개’이다. 성경에서 보면, 요나는 니느웨 사람들에게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면서 회개하라고 외치고 있고, 사도 바오로도 코린토 전서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진정한 구원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야만 한다고 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르코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도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그렇다면 회개는 무엇이며 어디서부터 회개해야 하는가?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가? 우리의 회개는 버리지 못하고 떠나지 못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갖고 혹은 갖고자 하는 돈과 권력과 교만을, 이기심과 증오심을 버리고 떠날 줄 알아야 한다. 불신과 절망을, 슬픔과 좌절을, 위선과 독선을 버리고 떠날 줄 알아야 한다. 니느웨 사람들이 요나를 통한 하느님의 경고를 듣자 모든 것을 멈추고 베옷을 입고 잿더미에 올라앉아 단식하며 하느님께 돌아섰듯이,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사람 낚는 어부가 되도록 나를 따르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의 갖고 있던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선 것처럼, 우리의 회개도 우리를 얽매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때 가능한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 유행했던 가요에서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 했다. 나그네가 길을 떠나는데 짐이 너무 많으면 제대로 길을 갈 수가 없다. 자신이 가진 많은 것에 얽매여 떠나는 것이 어찌 두렵지 않겠으며, 떠난다 해도 그 한발 한발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길이겠는가. 나도 나그네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하느님을 향하여, 진리와 사랑과 봉사의 삶을 향하여 훌쩍 떠날 수 있도록 주님께 용기와 은혜를 청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