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과 레지오

신부가 되려고 마음먹기 전에 다녔던 대학생 시절, 장가를 잘 가고 싶어서 여성학 강좌를 무척이나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여성에 관한 내용이라면 닥치지 않고 책도 많이 읽었다. “여자는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예쁜 여자는 얼굴보다는 그가 왔다 간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한다는 내용이 기억이 난다. 아름답고 예뻐지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하고 진귀한 보석 장식품을 달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아름다울 수는 없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그가 왔다 간 자리, 즉 그의 말과 행동과 마음이 품위가 있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는 노래 가사처럼 여자에겐 역시 마음도 중요하다. 

신앙인인 우리들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델을 사랑을 주고, 희망과 평화, 용기와 기쁨을 심어 주시는 성모님에게서 찾을 수 있다. 사실 나는 젊은 시절에 레지오 단원이어서 그런지 성모님께 대한 사랑도 늘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신학교 시절 힘들고 어려웠을 때 성모님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묵상하며 내 절망과 좌절을 넘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모든 여인들 중에 가장 복되시다고 고백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모든 여인들 중에서 성모님은 가장 큰 고뇌와 갈등을 겪은 여인이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가져야 했고, 그 누구도 구세주임을 인정해주지 않았으나 홀로 구세주임을 믿으며 바라보았으며, 때로는 아들이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기도 했다. 마침내 그 아들이 매를 맞고 옷을 벗기고 가시관을 머리에 쓴 채 군인들과 사람들의 채찍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고, 결국 싸늘한 아들의 시체를 가슴에 안고 통곡해야 했던 여인이 바로 성모 마리아였다. 

우리가 어찌 그런 고통의 여인을 가장 복된 여인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성모 마리아의 가슴 속에 품었던 하느님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장 복된 여인이라 칭했던 것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죽기를 각오하고, 아니 자신의 생명을 이미 포기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잉태하고 사랑을 낳아 키우고 사랑을 끝까지 뒷바라지해 주셨던 그 어머니의 삶의 내용이 너무나 거룩하여 복되다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 여자이며, 한 어머니이며 인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이 가슴에 품으셨던 한결같은 내용은 사랑과 희망, 감사와 평화였다. 나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어머니에게서 보듯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을 성모님에게서 본다. 

레지오는 성모님을 사령관으로 모시고 성모님이 가슴에 품으셨던 삶의 내용을 따르고자 시작된 신심 운동 단체로서 아름답고 성스러운 단체이다. 이 단체에 머물도록 선택된 것만도 감사한 일이나 더욱 아름답고 성스러운 단원이 되기 위하여 우리는 항상 어머니의 가슴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희망과 감사, 용서와 사랑, 평화와 기쁨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성모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도 노력한다면 희망과 감사를 주는 어머니, 용서와 사랑을 뿌리는 어머니, 평화와 열매를 주는 어머니, 즉 성모님과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