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인생은 공놀이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1-12 04:57 조회수 : 94

인생은 공놀이다


인생에서 겪게 되는 갈등 중에는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의 문제와 연관되어서 일어나는 경우들이 자주 있다. 가령, 친구가 전화해서 다급한 목소리로 어려움을 호소해왔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럴 때 “정말 미안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하고 외면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구로부터 날아온 고민에 대해서 반응을 일단 보인다. 그리고 가능한 문제라면 해결해 주려고 갖은 애를 쓴다. 그러나 갑자기 주어진 친구의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때로는 자신의 일정이 엉망이 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생긴다. 이처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려서 무대에 등장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공놀이로 비유한다면 나에게 공이 날아온다고 반드시 잡을 필요는 없다. 친구가 다급한 전화를 해오더라도 그 공을 즉시 외면할 수도 받지 않아서 떨어뜨릴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상대가 자신을 사건의 등장 인물로 끌어들이려 할 때마다 반드시 참가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당신이 공을 받지 않을 경우, 그 친구는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절대로 공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을 잡든 안 잡든 그것은 바로 당신의 선택이며 권리이다. 또한 공을 잡지 않는다고 해서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도움이 안 된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인생에서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수도 없이 날아드는 공을 움켜잡으려 한다. 그러나 직장 동료, 성당 친구들, 자녀와 손주들, 심지어 낯선 사람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날아오는 공을 모두 잡는다면 틀림없이 당신의 삶은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핵심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희생물이 되었다고 느끼지 않고, 그리고 만약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분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언제 어떤 공을 잡아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바쁜 시간에는 전화를 안 받는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 전화를 받는 순간, 너무도 바빠서 시간과 정력과 마음을 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일에 연루돼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전화를 받지 않음으로써 적어도 자기 자신의 마음의 평화만큼은 유지할 수 있다. 

모욕당하거나 비판을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누군가가 나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비판을 던질 경우그것을 잽싸게 낚아채서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그 공을 받지 않고 떨어뜨림으로써 하루를 평온하게 보낼 수도 있다. 그것이 나쁜 행동은 절대로 아니다. 이유는 지금까지 당신은 수도 없이 많은 공을 받아오면서 많은 상처를 받아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