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질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1-10 04:36 조회수 : 81
때로는 질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며칠 전에 작년에 혼배주례를 했던 젊은 부부와 점심을 먹었다. 아직 젊어서 그런지 많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보면 원인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젊기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아직 방법을 모르고 조급하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인생과 성공은 살면서 조금씩 찾아가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게 그 젊은 부부만의 문제겠는가. 우리 모든 사람들의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살면서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늘 경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경쟁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에게 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우리의 삶이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도 어쩌면 남한테 지기보다는 무조건 이기기 위해서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사촌이 땅을 샀는데 내 배가 아픈 것도 바로 가까운 사람들한테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와 친한 사람이 잘되는 것을 보면 괜히 열등감이 느껴지고 내가 뒤처진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다보니 사는 게 행복하기보다는 힘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꼭 이겨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 세상은 꼭 이기거나 앞장서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내가 짐으로써 상대방이 좌절의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기기만을 원한다면, 그리고 누구나 앞장서기만을 원한다면, 역설적으로 아무도 앞장 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
경쟁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아프게 한다. 때로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 이럴 때에 가장 필요한 말과 행동이 어떤 것이 있을까? 불현듯 ‘인자무적’ 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자비롭고 인자한 사람은 적이 없다. 남에게 지더라도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자비로운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비로운 마음만 있다면 남이 나에게 잘못해도 얼마든지 눈 감아 줄 수 있고 때로는 경쟁에서 져 줄 수도 있다.
불가에서 널리 퍼져있는 말 중에 “천하에 가장 용맹스러운 사람은 질 줄 아는 사람이다. 무슨 일이든지 남에게 지고 밟히는 사람보다 더 높은 사람은 없다”가 있다. 가장 큰 승리는 자신을 이기는 것이지 남을 이기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 승리는 어떤 것보다 어렵다. 이유는 남에게 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게 이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에게 지는 사람이 존경스럽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