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주님 공현 대축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1-06 04:45 조회수 : 91

주님 공현 대축일


이번 주일은 성탄을 마무리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즉 동방박사라고 표현하는 3명의 이방인들이 예수님을 찾아오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신약성경에서 동방박사의 방문은 마태오 복음서 2장에 등장한다. 루카 복음서에서는 아기 예수를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들이 목자들인 반면 마태오 복음서는 동방박사들이 처음으로 아기 예수를 만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루카 복음서에는 아기 예수가 구유에 뉘어지는 장면부터 목자들의 방문, 그리고 그 후에 전개되는  내용들은 메시아께서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가난한 자’로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의 신원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가 메시아, 즉 ‘왕’의 위상을 지니고 있음을 복음서 전체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이웃나라의 박사들이 ‘유다인들의 임금’을 찾아 헤로데에게 왔다는 보도를 통해 예수가 누구인지를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마고스’라는 어휘가 사용된다. 오늘날에는 이 단어가 마치 눈속임을 하는 마술과 같은 다소 폄하된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단어는 천체를 보면서 세상의 이치를 밝히는 고대세계의 가장 지혜로운 석학들을 이를 때 사용되던 말이었다. 따라서 이 단어를 ‘점성가’라고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말 성경의 ‘박사’라는 번역 역시 적절한 번역이다. 마태오 복음은 동방에서 찾아온 이들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지 않는다. 그들이 몇 명이었는지, 이름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복음은 말하지 않았다. 단지 복음은 그들이 동방에서 왔으며, 그들이 보물상자를 열고 아기 예수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주었다고 전할 뿐이다. 복음이 언급하는 동방은 아마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또는 더 나아가 페르시아 지역을 의미할 수 있겠으며, 이 두 지역은 모두 점성학이 많이 발달했던 지역이었다. 아마도 5~6세기경부터 몇몇 지역교회에서 이들을 동방에서 온 삼왕으로 보면서 그 세 임금의 이름을 카스퍼, 멜키오르, 발타사르라고 부른 전통이 시작되었다. 


동방박사들의 예물은 각기 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황금은 임금의 권위를, 유향은 사제적 지위를, 몰약은 예수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태오 복음은 자신의 복음 전개를 통해 예수가 단지 ‘유다인의 임금’이라는 제한적 지위에 머무르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방박사들의 경배로 시작한 마태오 복음은 결국 예수가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온 세상의 경배를 받아야 할 메시아임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