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당신의 자리이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2-19 05:49 조회수 : 78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당신의 자리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말로써, 평범하지만 나름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 말속에는 현재의 위치가 아닌, 혹은 지금과는 다른 상황에 처해 있기를 바라면서 꿈꾸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살고 있다면 현재보다는 더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즉 내가 가보지 않고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해서 미련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살면서 걸핏하면 삶에 만족을 못하고 매사에 짜증을 내거나 귀찮아하고, 불만스러하며 작은 일에도 쉽게 좌절을 하는 사람이라면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항상 남에게 뭔가를 바라는 사람,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 있든 간에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일에 놓여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반대로 어떤 환경 속에서도 짜증을 내거나 귀찮아하는 일이 드문 사람은 자신의 삶을 만족하는 사람으로 장소나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 삶의 상황이 변하더라도 새롭게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 외부의 부정적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내가 연천에서 근무할 때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서울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나요?”라고 물어왔다. 내 생각에는 서울에서 연천까지의 거리가 차로 1시간가량밖에 떨어지지 않았기에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물음을 하는 것은 그 질문 안에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답을 해주었다. “서울 신자들은 아주 깍쟁이처럼 신앙생활을 하지요….” 이미 나는 그 자체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물론 질문을 해온 사람들에게 더욱더 신앙생활을 잘하시기를 바라기 때문에 행한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내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 만약 서울 신자들이 연천의 신자들은 어떤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나요? 하고 물어온다면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본다….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대로 그리고 행하고 싶은 방향으로 생각의 초점을 맞추고 싶어 한다. 그래서 늘 자기 삶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핑계를 대면서 합리화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나는 남과 비교하는 것보다는 현재 자신이 있는 곳,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좀더 만족하면서 평화로워지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데 관심과 고민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평화를 느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노력과 방법을 터득하고 나면 장소가 바뀌거, 새로운 일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에서 벗어나 내적 평화를 누릴 있을 것이다

어디에 있건 현재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내 자리다라는 말은 인생을 살면서 점점 느끼는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