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쓸모 없는 나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2-14 04:38 조회수 : 93

쓸모 없는 나무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날 궁전을 관리하는 목수가 숲을 지나다가 엄청나게 큰 나무를 발견했다. 크기로 보면 볼수록 예사 나무가 아니었다. 목수는 이 큰 나무가 좋은 용도에 쓰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 나무의 가지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굽어 있어서 기둥이나 대들보로 도저히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굵은 뿌리 쪽을 훑어보았더니 속이 텅비어 목재는 커녕 관으로도 쓸 수 없었다. 목수는 그 나무의 잎에 코를 가까이 대보았는데 그 냄새가 너무나 고약해서 정신이 흐릿해질 정도였다. 나무는 엄청 크고 웅장했지만 목재로는 전혀 쓸 수 없는 나무였다. 역설적이게도 그 이유가 나무가 그렇게까지 크게 자랄 수 있었던 원인였다. 만약 속이 충실하고 기둥처럼 곧게 자랐더라면 바로 잘려져서 목재나 집을 짓는데 사용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들로부터 관심을 받기를 좋아한다. 오죽하면 자신의 소셜미디어의 친구의 숫자가 그 사람의 능력과 인기로 대변되기도 한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왜 꼭 남들에게 인정받고 널리 알려지려고 하는 것일까?

남들로부터 관심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자기 스스로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기쁜 일인데 말이다. 6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느낀 점은 사람은 내실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남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는 더 이익이 될 때도 많이 있다. 남들로부터 관심을 받는다고해서 꼭 좋은 소리만을 듣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람이 드러나면 오히려 비판이나 비난을 더 쉽게 받는다. 몇년 전 시골에서 교장신부로 지내던 삶이 나름 행복했던 것도 남의 시선을 받을 일이 적었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장자의 가르침에서 중요한 것을 배워야 한다. 모든 나무는 나름대로 지니고 있는 기능 때문에, 남한테 쓸모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꺾이게 되거나 잘려나가게 되지만 남들로부터 관심을 못받는 나무는 오히려 자신의 천수를 다할 있다. 여러분도 남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남한테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슬퍼하지 마라. 오히려 자신한테 충실하지 못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음을 슬퍼하자. 올해가 지나기 전에 자신에게 힘을 주고 가치를 부여해줄 있는 특기나 장점 무엇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