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날마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행복해지기를 기원해보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2-01 04:52 조회수 : 127

날마다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행복해지기를 기원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달력을 보니 벌써 12월이다. 세속적인 시간으로는 마지막 달이기도 하고, 전례력으로는 내일 저녁부터는 새해가 시작된다. 시간이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나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몇 분 동안을 고마운 사람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해보자고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오늘은 마지막 달력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를 더 첨부해 보고 싶다. 매일 잠깐이라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의 하루가 행복하고 내적인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기원하는 마음을 가져보자고 하고 싶다. 

 

유럽의 유명한 속담에 “하루에 사과를 하나씩 먹으면 의사를 찾아갈 일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살짝 변형시켜서 “매일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분노를 없앨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 중의 하나가 미워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해지며 이런 생각은 나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다음부터는, 의식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사랑을 보낼 사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대상이 이성이든 동성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이 없다. 이유는 살면서 긴장이나 짜증스럽거나 언짢은 기억에 몰입이 되면, 내 머릿속은 금방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게 된다.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나와 주변 사람들이 받게 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하루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보내야겠다고 의식적으로라도 마음먹으면, 나의 관심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게 대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루종일 즐거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지낼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내가 이제 더 이상 화를 내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생각과 연습을 시작한 이래로, 그전에 비해 화내는 일이 현저하게 줄었다. 나는 이 연습을 통해서 분노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자신을 조절하는 기술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일찍 시작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쉬움이 상당히 크다.


나는 매일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눈을 감고 몇 차례 심호흡하고 화장실에 가서 거울에다 ‘참을 인(忍)’자를 3번을 쓰고, 그런 다음 스스로 “오늘은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볼까?”하고 물어본다. 물론 특정한 대상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말과 행동을 연인에게 대하듯이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상대하겠다는 다짐이 묻어있는 일종의 나만의 예식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사랑’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말과 행동이 사람들을 향하여 사랑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기를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 이 간단한 일은 하루를 시작할 마음의 준비를 완벽 만들어 준다. 그리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아침의 몇 초 동안 느꼈던 평화로움은 나를 좀더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