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종말은 끝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1-27 05:09 조회수 : 87

종말은 끝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 


어제는 연중의 시기의 마지막 주일이면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었다. 다음주부터는 교회력으로는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시기가 시작된다. 신앙의 관점에서 ‘종말이란 말은 세상이 끝난다는 의미와 완성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상도 언젠가는 반드시 종말 맞이하게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종말의 날'은 '주님께서 재림하시는 날'이다. 그러기에 주님께서 재림하시는 날은 세상이 완성되는 날이 될 것이다. 완성을 위해서는 기존 질서와의 근본적인 단절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단절이란 세상의 모든 가치들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죄가 가득한 세상이 사라진다는 의미에서의 단절을 뜻한다. 창조된 세상이 종말을 맞이 한다는 것은 모든 의인들이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만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수님께서는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세상 종말을 예고하시면서 당신 제자들에게 그 순간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말씀을 통해서 가르치셨다. 다시 말해서 현실에 도취해서 안주하는 어리석음을 떨쳐버리고 매순간 종말을 맞이하는 자세로 현재의 삶을 활기차게 살아갈 것을 당부하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끝'이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혹시 부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가?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공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년퇴직을 한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 것처럼 끝은 지금까지 해왔던 익숙한 일을 멈추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끝이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끝’은 모든 것이 소멸되거나 사라져 버리는 것만을 지칭해서는 안된다. 또 다른 일들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보면, ‘끝’ 이란 말 속에는 비극적이기보다는 역동적인 희망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겠다. 그러기에 복음에서 들려주는 종말이란 표현은 ‘오늘이야말로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는 바로 그날’ 이라는 적극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종말이란 믿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실현되는 결정적인 순간으로서 주님의 승리에 동참하는 날이다. ‘오늘이 바로 그날’ 이라는 절박한 인식 속에서 살아가야 할 당위성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안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십자가에 적혀 있는 죄명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이유이다.

오늘이 구원의 날이요 희망을 시작하는  이라는 종말은 이미 시작된 것이고 그런 점에서 믿는 이들은 오늘이라는 현재를 역동적으로 살아야만 한다. 그래서 종말이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면서 살아가는 기쁨의 순간임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의무를 지닌 사람들은 바로 신앙을 갖고 있는 우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