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주일의 의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1-21 15:04 조회수 : 22

오늘은 직장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일이다. 특별히 무엇을 하지않아도 그냥 좋은 날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주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주일은 오직 휴식 만을 위한 날은 아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주일을 되돌아보며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신에게 새로운 선물이 된다. 먼저 숨을 내뱉어야 다시 숨을 깊이 들이마실 수 있듯이,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생명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경작지는 휴경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때 새로운 씨앗을 받아들일 능력이 더욱 생기게 된다. 이처럼 사람도 휴식을 통해, 그동안의  피곤과 예상하지 못한 혼란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준비하게 된다. 


이사야서에는 자신을 속박하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우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전해주고 있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이사 43,18-19)

우리는 근심을 내려놓고 내적인 자유를 느낄 때,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자신의 근심을 곰곰이 생각하는 작업은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치유의 시작이기도 하다. 휴식을 통한 성찰은 내 마음을 허물기도 하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안식일’인 주일은 이를 미리 맛보는 날이라 할 수 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도 지상에서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식일은 일요일 저녁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날인 영원한 여덟째 날로 이어진다. 이 여덟째 날은 주님의 부활을 통해 거룩해진 날이며, 정신뿐만 아니라 육신의 휴식도 미리 맛보는 날이다. 이날 우리는 작은 부활의 축제를 지내며, 기뻐하고,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을 찬미한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에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요일이라 부르지 않고 ‘주님의 날’의 준말인 주일이라고 불러야만 하는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