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주님 마가레트 피사렉 수녀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0-06 05:42 조회수 : 66

주님 마가레트 피사렉 수녀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며칠 전에 뉴스를 통해서 소록도의 성녀라고 불렸던 마가레트 수녀님의 선종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분의 고국인 오스트리아 수녀원에서 돌아가셨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마리안네 스쾨거, 마가레트 피사렉’ 두 분의 이름 낯설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간호학교를 나온 두 수녀님은 한센병 전문치료소인 소록도병원이 간호사를 원한다는 소식을 소속 수녀회를 통해서 듣고는 한국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전쟁으로 잘 알려진 코리아, 서울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섬인 소록도로 수녀님이 찾아온 것은 1959년이었다. 나병으로 잘 알려진 한센병의 환자들을 강제로 수용한 소록도에서 40년이 넘게 봉사를 하셨다. 수녀님은 섬에 입도하신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환자들을 돌보셨다. 가족들도 멀리하는 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수녀님은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고 상처를 만졌다니, 세상에 그보다 따뜻하고 고마운 손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환자를 돌보다가 시간이 나면 과자를 구워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나누어 주셨고 본국 수녀회에서 보내주는 생활비까지도 환자들을 위해서 다 쓰셨다. 늘 겸손한 삶을 사셨고 병원과 환자들이 마련한 회갑연마저 피정간다면서 피하셨다고 한다. 자신들의 삶이 행여 밖으로 알려질까봐 그동안 어떤 상이나 인터뷰도 번번이 거절하셨고, 심지어는 본국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준 훈장도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가 소록도를 찾아가서 전해줄 정도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두 수녀님 나이가 일흔이 넘게 되자, 소록도 주님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2005년 어느 날 새벽에 섬을 떠나셔서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가셨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라는 짧은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40여 년 전 소록도에 들어올 때 가져왔던 해진 가방만을 들고서 떠나셨던 것이다. 믿어지지 않는 삶과 믿어지지 않는 떠남, 그분들이 남긴 발자취가 너무나도 컸고, 이제는 볼수 없다는 슬픔 때문에 소록도 사람들이 열흘이 넘도록 성당에 모여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멀리 타국 생활을 오랫동안 하셨기에 고국에서의 삶이 편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수녀원에서 늘 꽃을 가꾸시면서 소록도 주님들을 그리워하셨다고 전해졌다.

한 평생의 삶을 이국의 외딴섬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한 지극한 사랑, 섬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친 두 수녀를 소록도 주님들은 ‘큰 할매, 작은  할매’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에게 있어서 ‘할매’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수녀님들의 수고로움에 그 단어 한마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리고 그 분들께 한센병 환자들에게 보여주신 진심에 한국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드린다. 


“주님! 당신의 영광을 위해서 늘 낮은 자세로 살아가신 두 분이 하느님과 영원히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