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나는 누구일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10-04 04:50 조회수 : 77

 나는 누구일까?


사람들은 자신을 얼마나 자주 돌아보느냐에 따라서 삶이 크게 달라진다.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자영업이나 전문직이 아니면 대부분 은퇴를 한 상태다. 은퇴하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기피하는 등 무기력에 빠지곤 한다. 오랫동안 성실하게 다니던 직장을 은퇴한 후에 소일거리가 없어서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 주변에도 평생동안 이처럼 직장과  그리고 가족만을 위해 살아서 취미도 별로 없이 살았던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나가면 돈 쓸 일밖에 없다고 하면서 소위 ‘방콕맨’으로 지낸다. 얼핏 보면 가정적이고 성실한 사람처럼 보여도 약간의 충격에 쉽게 마음이 허물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심리학에 ‘자기 복잡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생을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자기 복잡성의 수준이 높고, 단조롭게 살아가는 이들은 자기 복잡성의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다. 나이가 들면 자기 복잡성이 낮은진다고 하는데, 이유는 은퇴로 인간관계가 단조로워지고, 일상생활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복잡성이 높은 사람들보다 자연스럽게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의 마음은 건축물과 같아서 무너지려고 하면 받쳐줄 기둥이 필요한데, 자기 복잡성이 낮은 사람들은 그 기둥이 약해서 쉽게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을 단순하게 사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다양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람의 정신건강은 어린아이처럼 놀 때 가장 활력이 넘치고 모든 수치가 좋아진다고 한다. 노인들을 살펴보면 단박에 알 수가 있는데, 건강한 노인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취미 생활, 여가 생활이 다양한 데 반해 그렇지 못한 노인들은 연세에 비해 훨씬 더 늙어 보인다. 연세가 많더라도 활기차게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은 대부분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신 분들이다. 


노년을 준비하는 우리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제안을 해본다면 각종 기념일을 챙기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결혼 기념일이나 생일, 축일 등을 챙기는 것은 단조로운 삶을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빠지게 될 우울감의 늪으로 들어가려는 마음을 다독이는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치유 행위가 된다. 다른 사람들이 챙겨주지 않을 때는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축일이나 기념일을 꼼꼼히 챙기고 즐기는 것은 마음이 찌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종교 활동을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다. 신앙생활을 통하여 하느님과 내적 관계를 맺고 다른 신자분들과 교우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기 복잡성을 높일 수 있고, 그로 인하여 마음의 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신앙생활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찾아오는 불안감, 허탈감을 감소시켜 주는 중요한 기능을 갖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방콕’하지 말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취미와 여가 생활을 통해서 병원비와 약값을 줄였으면 한다. 그래야 인생도 즐거워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