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9-14 05:52 조회수 : 7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루카 10,30)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서 이웃의 기준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구체적인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초주검이 되어 길가에 버려졌다.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사제는 그를 보고도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린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길 반대쪽으로” 가 버렸다. 그런데 유다인들로부터 이방인들과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멸시받던 사마리아 사람은 그 불쌍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상처를 싸매주고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 돌보아 준다. 사제와 레위인은 길반대쪽으로 가버림으로써 그와 ‘이웃’이 되기를 포기했던 반면, 무시를 받아왔던 사마리아 사람은 가까이 다가가 그의 이웃이 되어 주었다. 


러시아의 현자인 톨스토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나라를 잘 다스리고 싶어서 늘 고민에 빠져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왕이 있었다. 통치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이고, 가장 중요한 사안은 무엇이며 결단을 내려야 할 가장 적절한 시간은 언제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왕은 산속에서 홀로 수도생활을 하고 있던 은수자에게 조언을 듣고 싶어서 소수의 경호원만을 데리고 찾아갔다. 그러나 은수자는 자신을 찾아온 왕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이 하던 일을 묵묵히 계속하였다. 왕은 그가 일을 빨리 마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은수자의 일을 거들었다. 바로 그때에 숲 속에서 부상자 한 명이 비틀거리며 나왔다. 왕은 그가 자신의 백성이라는 생각 때문에 밤새도록 돌보아 주었고 다음날 그 부상자가 자신의 정적임을 알게 되자 고민을 하다가 용서를 통한 화해를 하였다.


그 순간 자신이 갖고 있던 고민과 문제에 대한 답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이라는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그 순간에 내 앞에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그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우리를 창조한 목적이 선한 삶을 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웃이 되어주기 위해서다.  

사랑과 이웃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이론이 아니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우리가 보고 닮아야 하느님 삶의 방식이다. 하느님은 언제나 고통과 절망 중에 있는 인간들에게 가까이 다가오신다. 하느님의 가까이 다가오심은 육화의 신비를 통해 절정에 도달했고, 하느님과 인간은 특별한이웃 되어주셨다. 지금도 예수님은 교회의 성사들을 통해서 온갖 악습과 죄에 떨어져 길가에 힘겹게 쓰러져 있는 이웃들을 돌보아 주시고 치유하시고 책임지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