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슬픈 감정을 대처하는 방법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8-31 05:48 조회수 : 87

슬픈 감정을 대처하는 방법 


몇 주 전에 중학교 2학년짜리 딸을 가진 자매님이 면담을 신청해왔다. 가족들이 기르던 강아지가 병으로 죽고 난 후에 딸이 하루종일 강아지 사진을 끌어안고 눈물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아직 방학기간 중이라서 다행이지만 개학이 되어서도 계속되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한걱정하셨다.

요즘은 한 자녀나 많아야 둘 정도를 키우니 자신의 감정을 가족들보다는 동물에게 표현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가족같은 강아지를 잃고 슬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오히려 정신 건강에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예전에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해서 “사내자식이 울면 안 되지.” “여자가 재수 없게 왜 울어.”라는 말을 자주 주변에서 들었다. 당연히 슬픈 감정은 혼자만 삭혀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 구조상 슬플 때는 실컷 슬퍼해야 한다. 슬픔은 상실감, 공허감을 어루만져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슬퍼하는 시간을 통해 떠나간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되고, 상대방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서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슬퍼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칫 우울증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강식품도 유통기간을 넘겨서 오래되면 해를 끼치는 물질로 변하듯이, 슬픔 역시 시간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마음을 병들게 하는 우울증으로 변질된다. 이렇게 슬픔이 우울증으로 변질되면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습관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매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괴로운 감정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의 몸 안에는 여러 가지 세균이 살고 있다. 몸이 건강하면 이 균들은 힘을 잃고 눌려 지내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억눌렸던 균들이 기세 당당하게 일어나서 병이 나게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이 약해지면 여러 가지 감정들이 올라와서 사람의 영혼을 혼란에 빠뜨린다. 그러니 마음의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을 기분 좋게 그리고 웃을 수 있도록 자신에게 배려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마음을 즐겁게 해주면 되는데, 마음은 아주 작은 것으로도 기뻐하고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가 좋아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는데, 평균 3초로 나타났다고 한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시간은 짧아질 것이다. 걱정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부정적인 결과들을 상상하게 하고, 그런 상상으로 인해 마음이 조급하게 되고 그래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엉뚱한 행동을 하게 만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이 옆에서 슬퍼하는 이가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자매님께는 딸을 위해서 묵주기도를 바치면, 자매님의 불안한 마음을 우선 가라앉힐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