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리와 겸손 

사람들은 자리에 민감하다. 이유는 자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도 있다. 능력이 있음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자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로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어느 자리에 앉아 있느냐가 성공을 좌우한다는 말로 자주 인용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리에 연연하게 되고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한다. 

그러나 자리가 탐이 난다고 해서 무리를 하면서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그 끝이 별로 좋지 않다. 사람들은 기를 쓰고 위만 쳐다보며 살아가지만, 그저 위로 올라가는 것이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질 위험, 사람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을 위험, 결정적으로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질 위험성이 크다.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통해서 우리 생각과는 전혀 반대임을 알려주고 계신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쉴 새 없이 자기 스스로를 자랑하는 사람은 어디서든지 환영받지 못한다. 반대로 스스로를 낮추려는 겸손한 사람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가까이 하려고 한다. 그래서 자리를 정해주는 이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시다. 나를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턱없이 낮은 사람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겸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겸손은 이것저것 못한다고 뒤로 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정확히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장점은 장점대로 인정하고 단점은 단점대로 내 안에 있는 모습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진정 겸손한 사람이다. 그 과정 안에서 내 자리매김은 내 스스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몫임을 기억해야 한다. 

한편, 내가 겸손한 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예수님께서는 보답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들을 잔치에 초대하라고 권고하신다. 인간들의 시각에서 보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이만큼을 주면 적어도 그만큼은 되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만약 내가 되돌려 받지 못한다면 거래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에서는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은 거래를 하지 않으신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베풀어주고 계신다. 하느님은 당신의 가장 소중한 외아드님을 내어주셨다. 이렇게 큰 은혜를 받은 우리는 하느님의 법대로 살아야 한다. 하느님의 나라는 장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베푸신 것처럼 우리도 이웃에게 베풀어야만 한다. 그것이 지금 당장은 손해인 것 같아도 하늘나라에서 받을 상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소탐대실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니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