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과 광복절
오늘은 ‘성모승천 대축일’이면서 36년간의 일제치하에서 벗어난 광복절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참으로 기쁜 날이기도 하지만 신앙인에게는 성모님의 승천을 통해서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될 수 있기에 그 기쁨은 배가 된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에 있는 체스토코바의 성당에 모셔진 성모님 이콘을 ‘블랙 마돈나’ 또는 ‘폴란드의 여왕’으로 불린다. 이 성화는 성모님이 더 이상 고향에서 살 수 없게 되자 사도 요한과 함께 에페소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고 이때 성 루카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에서 사용하던 식탁에 성모님의 모습을 그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성모님께서는 완성된 초상화를 보시고 흡족해 하시면서 “나의 은총이 이것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해지는데, 이후 실제로 이 성화로 인해 수많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서기 996년에 국가통일을 이루면서 가톨릭을 국교로 선포했던 폴란드가 어렵게 획득한 블랙 마돈나를 ‘주님의 계약 궤’처럼 신앙의 상징을 이루며 수없이 거듭되는 외침을 물리치는 기적을 가져왔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 폴란드 민중의 해방과 국가 통치권의 수호자로 모셔지고 있다. ‘성모승천 대축일’에는 폴란드 전역에서 수십만 명의 신자들이 걸어서 블랙 마돈나가 모셔져 있는 체스토코바까지 성지순례를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으로부터 풀려나 해방된 8월 15일은 바로 ‘성모 승천 대축일’이었다. 당시 한국교회는 해방을 성모 마리아의 선물로 해석하고 해방의 기쁨에 동참했다. 전국의 각 성당에서는 민족의 해방과 세계 평화 회복에 감사드리는 미사가 봉헌되었다. 특히 1945년 8월 17일에 노기남 주교는 해방의 기쁨을 안겨 주신 성모님께 감사드리면서 하루 빨리 정부가 수립되어 진정한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기원하는 기도를 모든 신자들이 함께 바칠 것을 당부했다. 1년 뒤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환영회가 명동성당에서 거행되었다. 상해임시정부의 요인들이 참석한 이 환영식에서 김구 선생은 중국의 천주교회가 한국의 독립을 후원해 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언급했다.
우리에게 광복절이 성모 승천 대축일에 맞추어진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불 수 없다. 한국교회는 교황 그레고리오 16세께서 1841년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를 조선교회의 수호자로 선포하셨다. 우리는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된 박해와 일제 강점기의 암흑기를 극복하고 해방의 날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교회의 수호자이신 성모님의 사랑과 보호의 덕분이다. 실제로 한국교회는 ‘원죄 없으신 성모’와 부활한 그리스도와 일치함을 나타내는 ‘성모 승천’의 신비에 힘입어 폴란드의 블랙마돈나에 못지않을 만큼 우리 겨레에게 광복의 역사를 이루어 주시는 성모님의 크나큰 은총을 입은 것이다.
지금은 우리는 다시 한 번 더 성모님과 함께하는 기도가 필요한 시기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피해를 보았던 교회를 다시 세워나가고 국가와 사회에 야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위기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자들의 기도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