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치며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8-13 22:30 조회수 : 86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치며 


교회에서는 주일미사 중에 신자들의 기도를 봉헌한다.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는 주일에 신자들이 바치는 기도의 단골메뉴이다. '세계의 평화'는 개인이나 국가 차원을 넘어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기에 교회에서도 늘 관심을 갖고 기도한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자문해 본다. 세계 평화를 위한 방대한 양의 ‘기도’는 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과 ‘고민’을 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다. 우리에게 있어서 과연 ‘세계’는 어디고 ‘평화’는 무엇이며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기도했는지에 답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세계 곳곳에서 처참한 현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미얀마가 그렇고 우크라이나가 그렇다. 이밖에도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종교와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학살, 고문, 강제이주, 강제노동, 강간 등의 각종 중범죄가 거리낌없이 자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부류의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과 일부 국가와 기업들이 국익과 경제를 내세워 손을 잡고 이윤을 추구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합리화 시켜주고 있다.


유엔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 있다. 유엔난민협약에는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지닌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라크, 미얀마, 예멘, 시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생명의 위협을 피해서 온 난민 혹은 난민 신청자들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아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국가의 재정을 축내면서 귀찮고 처리하기 곤란한 ‘불법 체류자’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기 생명과 가족의 안전 때문에 자신의 국가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들은 전정한 마음을 갖고 겸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쳤으면 한다. 모든 사람이 함께 먹어야 하는 ‘빵과 물고기’를 앞에 두고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하느님께 복을 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그런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세상에는 진정한 평화가 있을 리 없다. 앵무새처럼 그럴 듯한 말만을 반복하는 기도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기억하며 바오로 사도가 우리들에게 전한 말씀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나에게서 배우고 받고 듣고 것을 그대로 실천하십시오. 그러면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필리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