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과 축성의 차이는?
신자들이 묵주나 성상을 갖고 오셔서 축복해달라고 하신다. 예전에는 방사라고도 했고 축성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가끔씩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이냐?고 물어오시곤 한다. 정답이라기보다는 교회에 권장하는 표현은 ‘축복해 주세요.’이다. 예전에는 십자고상이나 묵주, 기적의 패와 메달 등을 축복할 때 방사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은혜를 베풀다’ 혹은 ‘성물에 축복하는 말씀을 놓다.’라는 의미가 있었다. 즉 영신적인 유익을 위해서 성별된 물건임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축복’이라는 말로 사용되어야 한다. 축복이란 베네딕시오(benedictio)라는 라틴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좋은(bene)과 말(dictio)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좋은 말은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말이다. 축복의 대상에는 사람과 사물 모두가 포함된다. 즉 주님의 은총이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교우들의 다양한 세속활동을 위한 건물, 집, 사무실, 공장, 가게, 학교, 병원, 자동차 등과 전례에 사용되는 감실, 십자가, 공적으로 전시할 성화상 등에 축복을 드린다. 또한, 교우들의 신심생활을 돕는 묵주, 스카폴라, 성모상, 성인상 등에 행한다.
반면에 축성은 콘세크라시오(consecraatio)라는 라틴어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함께(con)와 거룩함(sacratio)이 결합되어 ‘거룩함이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축성은 하느님께 봉헌되어 온전히 거룩하게 구별되는 사람이나 사물들에 사용된다. 예를 들면 미사 거행에서 봉헌된 빵과 포도주가 감사기도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뀐 것을 축성되었다고 한다.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마태 26,26)
그리고 처음 성당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할 때 교구장 주교는 제대와 성전 벽을 기름과 기도로써 축성을 한다. 사람의 경우에는 성직자에 오르는 서품이 바로 축성식이다. 그래서 성직자들은 온전히 하느님에게 속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축성은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사람이나 물건들이 축성을 통하여 영원히 하느님께 속하도록, 오직 하느님을 위해 쓰이도록 구별시키는 거룩한 행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