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밀알 한 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8-11 05:24 조회수 : 66

밀알 한 알 


어제 미사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밀알 이야기를  묵상할 때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어머니께서는 가족을 위해서 무한한 희생과 인내를 보여주셨다. 어머니는 항상 좋은 음식은 당신 자식들에게 양보하시고 우리가 잘 먹지 않거나 남은 음식만 잡수셨다. 또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손님이나 내 친구들이 들이닥쳐서 밥이 모자라면 부엌에서 조용히 숭늉 한 그릇으로 대신하셨다. 평생을 가족들을 위해서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늘 몸뻬를 입으시고, 자신의 외모에 들어가는 돈이 아까워서 머리는 짧고 꼬불꼬불한 아줌마 파마머리를 정식 미장원도 아니고 집에서 출장 미용사를 불러서 대충하시곤 하셨다. 생각해보면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은 모두가 그러한 삶을 사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차림과 머리 모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학교에 오시면 어머니를 피해 멀리 도망치거나 짜증을 내곤했다. 돌아보면 어머니라고 그런 모습이 좋았을까? 어머니도 여자이기 때문에 멋진 옷을 입고 예쁜 머리를 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들의 교육과 성장을 위해 평생 입고 싶은 것, 드시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사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 자녀들 삶 안에 잘 썩어 새로운 생명의 열매를 맺길 바라셨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어머니들은 우리 자녀들에게 삶과 신앙 안에서 가장 훌륭한 멘토였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래도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과 우리를 무한히도 사랑하셨기에 마치 밀알처럼 땅속에서 썩으신 것이다. 복음말씀은 역시 밀알처럼 먼저 죽고 썩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밀알의 삶은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누구든지 자기 생명과 재물을 보존하고자 하면 제 아무리 애쓴다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잃고 말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즐겁게 자기 생명을 내어놓으면 마지막 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예수님께서도 죽음 앞에서 마음이 산란할 정도로 두렵고 떨리셨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결코 죽음을 피하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뜻대로 많은 우리들을 위해서 십자가의 길을 가셨다. 따라서 우리도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라면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남김 없이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의 영광을 누릴 있게 된다. 우리는 예수님의 희생을 통해서 알게된 밀알 하나가 썩어 많은 열매를 맺는 죽음과 희생의 신비를 우리 생활 속에 실천해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