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비린내와 꽃향기
‘인간의 본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신앙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연구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 인간 삶의 모습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되는 요소이긴 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제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많은 이들을 격한 논쟁의 장으로 이끌어 왔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낙이 장사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폭풍우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집이 멀어서 도저히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근처에 있는 처마 밑에서 처량하게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비가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고 날도 저물어서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때 평소에 안면이 있던 꽃집 주인이 안으로 들어와서 비를 피신하라고 했다. 이미 날도 저물고 해서 꽃집 주인은 딱한 상황에 부닥친 그녀를 정원 가까이 있는 방에서 하룻밤을 묵으라고 배려를 했다. 생선장수는 체면 불고하고 매우 감사해하며 짐을 풀어놓았다. 피곤했던 탓에, 그녀는 곧 잠을 청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언제나 비릿한 냄새를 맡고 살던 그녀에게 방 안 가득 채운 꽃향기가 어색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한 꽃향기는 생선장수 여인에게 오히려 불편함을 주었다. 궁리 끝에, 그녀는 빈 생선 바구니에다가 물을 뿌려서 자기 머리맡에 놓아두었다. 그러고는 그 익숙한 냄새를 맡으며 편안함을 느끼고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살펴보면 생선장수 여인의 행동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대부분은 ‘본능에 얽매여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몸에 깊이 배어 있는 습관의 힘과 영향력은 무척 지독한 것이므로, 사람이 자신의 본성을 의식적으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꽃향기와 같은 정신적 기쁨을 맛보지 못한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본다면 전혀 다른 시각이 보인다. 평범한 사람인 생선 장수 여인은, 아무리 화려하고 풍성한 것이 주어져도 자신이 본질적으로 원하고 익숙한 정서에 친밀함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입장에서 순리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원했던 것일 수도 있다. 생선장수에게 나는 비린내가 천한 것이고 꽃향기가 고귀하다는 것은 사회가 일방적으로 정한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생선장수 여인에게는 꽃향기보다는 오히려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 주워주는 생선의 비릿한 냄새가 어떠한 것보다도 더 편하고 좋은 냄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선 냄새는 그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에 마음을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우리 신앙인들에도 '인간의 본성'이라는 측면을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특성이 다양한 만큼 원하는 것도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의 기준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