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삶의 본질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8-03 06:10 조회수 : 65

삶의 본질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을 판단할 때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을 보고 판단하는 우를 자주 범하곤 한다. 사람을 제대로 볼 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외모 아니라 가려져 있는 내면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이치를 제대로 깨달으면서 살아가려면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본질의 가치를 제대로 꿰뚫는 안목을 갖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한 사람이 지닌 본연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의 어려움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이든 가벼이 말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중국 진나라 왕 목공은 말을 좋아하여 명마를 잘 고르고 관리하는 백락이라는 사람에게 오랫동안 맡겼다. 그런데 그가 나이가 들어 그 일을 그만두고자 왕을 찾았다. 왕은 백락을 보고는 후임자를 추천하라고 하자 그는 서슴없이 구방고라는 사람을  천거하였다. 왕은 구방고를 만난 자리에서 좋은 말을 고르는 비결을 말해보라고 했다. 구방고는 좋은 말의 조건은 근육과 뼈를 보면 대개 알 수 있으나 명마는 그 재질이 골수에 숨어 있기에 겉모습만을 보아서는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왕은 그의 대답에 흡족해 했다. 목공은 구방고에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명마를 구해오라고 했다. 구방고는 석 달 만에 돌아와 왕에게 명마를 찾았다고 보고 하였다. 목공은 기뻐하며 어떤 말이냐고 묻자 구방고가 “암놈이며 색깔은 누렇습니다.” 하였다. 


그런데 왕 앞에 데리고 온 그 말은 수놈인데다가 검은색이었다. 왕은 몹시 실망하여 백락을 불렀다. “그대가 천거한 구방고라는 사람은 아닌 것 같소! 말의 색깔과 암수 조차도 구별하지 못하니 어찌 말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겠소?”

백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도 구방고가 본 것은 말의 내면에 있는 명마의 재질이었을 겁니다. 그것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므로 밖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는 말의 정수만을 파악하고 대강은 잊어버린 것이며 천하의 명마가 될 수 있는 말의 재질을 살피느라 아마도 외모는 잊어버린 듯합니다.” 하였다. 백락의 말을 듣고 다시 그 말을 살펴보니 과연 구방고가 찾은 말은 천하제일 명마였던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고자 하는 교훈을 생각해보았다. 우리들은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곧잘 주변에 더 마음을 쓰면서 살아가는 우를 범하곤 한다. 본질을 쉽게 알지 못하는 까닭은 아마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그럴 것이다. 천하의 명마가 될 수 있는 재질이 골수에 숨어 있듯이 진짜 본질은 내면에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외모가 아닌 내면을 통한 진실을 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평생의 배우자를 선택한다면 나는 무엇을 먼저 보아야 할까? 평생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한다면 나는 무엇을 먼저 보아야 할까? 평생의 직장을 구한다면 나는 무엇을 먼저 보아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