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비법
먹는 것에 대해서 별로 욕심이 없지만 가끔 소문난 맛집을 찾아 갈 때가 있다. 다른 음식점과 비슷한 식자재를 사용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비법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에 훨씬 더 많은 손님이 몰린다. 그 비법을 개발하는 과정은 힘이 들지만 한 번 성공을 하면 손님들을 쉽게 모을 수 있다. 음식점 주인은 자신 만의 비법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그리고 그 비법은 대개가 소수만이 알고 있는 비밀에 붙여져 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신앙에도 그런 비법이 없을까? 그래서 우리들이 그 비법을 알게 되면 이렇게 어려운 신앙생활 없이 쉽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소망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신앙인들이 지닌 공통된 생각인 듯하다. 예수님 당시에도 에세네파를 비롯하여 많은 신앙 공동체들이 자신들만의 비법을 추구했다.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원칙과 신앙, 생활 규칙을 강조했으며 그를 통해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지주의자들 역시 신앙의 비밀스러운 지식과 이를 실행하는 비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신앙의 비밀스러운 원리나 지식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그래서 그 비밀스러운 지식을 알게 되면 손쉽게 구원을 얻게 되고, 그분께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스라엘의 유명한 랍비인 힐렐에게 한 젊은 이교도인이 다가와서 자신이 한 다리로 서 있는 동안 토라 전체를 가르쳐주면 유대교로 개종하겠다고 제안을 한다. 그러자 이 유명한 랍비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 이것이 토라의 핵심이고 나머지는 다만 그에 대한 해석일 뿐이다.” 그러니 그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 토라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하느님이 약속하신 땅을 눈앞에 두고 죽음을 앞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말한다(신명 30,11-14). “누가 하늘에 올라가서 하느님의 법을 내려다 주지 않겠느냐, 그러면 우리가 듣고 그대로 할 수 있을텐데”라고 말하지 말라. 그렇다. 하늘나라의 비법은 우리에게 아주 가까운 데 있다. 그 비법은 우리 입에 있고, 우리 마음에 있어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우리 옆에 그렇게도 어려운 신앙의 비밀이 놓여 있다.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에 대해 예수님도 한 마디로 요약하신다. “남에게서 바라는 그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마태 7,12). 그렇게도 힘들게 찾아 헤매던 신앙의 비밀스러운 원리, 하느님에 대한 최고의 지식이 여기에 있다. 그 비밀을 묻는 율법학자에게 예수님은 다시금 강조하셨다. “너희의 마음과 목숨과 힘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그와 똑같이 너희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루카 10,27). 그것이 우리가 실천해야할 복음의 비법인 것이다. 그런데 혹시 우리는 이렇게 쉬운 신앙의 비법을 알면서도 엉뚱하게도 저 멀리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