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사는게 죄지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7-20 05:29 조회수 : 61

사는게 죄지요 


고백소에 있으면 가끔 할머니들이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신부님, 사느게 죄지요.”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신다. 그럴 때는 답답하기도 하지만 자주 겪은 일이라서 나도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그렇게 살지마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혀 틀린 말이다. 누군가는 숨 쉬는 것 빼놓고는 모든게 죄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있는 그대로 해석을 해보면 살면서 나도 모르게 짓는 죄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카페나 자판기 주위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말하곤 한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사람들이 기근에 고생하는 것은 과연 그들의 잘못인가? 근래 남미 아마존 유역의 나무들이 농사를 위해서 너무나도 많이 벌목되어 그곳에 구름이 생성되지 않아서 아프리카에 비가 덜 오거나 안와서 사막화가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토가 줄어든 아프리카 사람들이 굶주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커피를 마시면서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의 원료가 대부분 아마존에서 베어낸 나무라는 것을 안다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이 미안하다. 


요즘에 우리나라에 장맛비가 너무 심해서 국민들이 몸과 마음의 고생을 제대로 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서 기후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왜 이런 일들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가? 바로 내가 편하게 타고 다니는 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지구 온난화를 촉진하여 빙산이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 저지대인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들에 홍수가 발생하는 것이 상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  피해도 점점 커져만 가는데 자칫 감당하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제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코앞에 닥쳐온 느낌이다. 또 음식이나 물을 과하게 먹고 사용하면서 음식 쓰레기와 식수 오염을 걱정한다. 

살을 빼기 위해 러닝머신을 뛰면서 북한이나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음식쓰레기를 주워 먹는 텔레비전 장면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가 써버린 종이컵이, 내 승용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내가 버리는 음식쓰레기가, 나의 과식이 세상을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잘하지 못한다. 


방금 말씀드린 우리의 무감각, 무관심, 편의주의가 만들어 내는, 나도 모르는 죄가 바로 ‘세상을 살면서 죄’가 아닐까 싶다. 나의 죄도 아니고 너의 죄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지만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으니 분명히 죄이다. 그 죄를 없애시기 위해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우리의 작은 이기심과 무관심이 자라고 퍼져 나가면 엄청난 파괴의 힘으로 힘없는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아셨다. 그래서 그분은 세상의 죄의 파도를 막기 위해 죄 없으신 몸으로 홀로 십자가에 달리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