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십자가의 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7-14 04:29 조회수 : 76

십자가의 길 


성전에 들어서면 벽면 좌우측에 ‘십자가의 길’이 있다. 그런데 내가 피정을 하고 있는 중견사제 연수원은 마당과 숲이 넓어서 십자가의 길이 야외에 있다. 라틴어로 돌로레스라고 표현하는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후 십자가를 지고 사형집행 장소인 골고타 언덕까지 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열네 가지의 사건들을 성화 또는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십자가의 길은 평상시보다는 사순시기에 바치는 가장 대표적인 기도로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한다. 마침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해서 혼자서 우산을 쓰고 천천히 ’14처’를 돌면서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 그리고 부활을 묵상해 보았다. 


예수님은 빌라도 총독으로부터 십자가형을 받으신 후에 당시 로마의 관행에 따라 양쪽 어깨에 십자가를 지고 처형장소인 골고타 언덕으로 걸어 가셨다. 이때 자신이 매달릴 십자가를 지고 갔는데 무게는 30~50Kg 되는 횡목이었다. 통상적으로 죄인들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이미 탈진 되기에 형장에서 십자가에 못박히면 얼마 안가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예수님도 동일한 과정을 겪으면서 십자가에 못박히셨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근처 무덤에 묻히셨다. 

'십자가의 길'은 오래 전부터 예루살렘을 순례하던 신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예수님께서 사형선교를 받으신 빌라도 관저에서부터, 죽으시고 묻히신 골고타(갈바리아)산까지 대략 1,317보(약 800m)의 거리를 걸어가면서 기도를 드린데서 유래했다. 예루살렘이 이슬람에 의해서 점령이 되면서 성지순례를 할 수 없게 되자 14-15세기부터 프란치스코 수도회를 중심으로 성당에 ‘십자가의 길’을 만들어서 예수님의 수난을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사순시기에 거행되는 가장 대표적인  신심행사가 되었다.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다 보면 예수님이 겪으셨던 참혹한 고통과 죽음을 더 깊이 묵상할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예수님의 인류구원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십자가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가 가지고 있는 엄격한 틀이 아니라 각 처가 기념하는 예수님의 수난 사건들을 통해 이끌어내는 기도와 묵상이다.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 진정한 부활과 구원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기를 바라면서 십자가의 길에 가장 먼저 동참하신 성모님 우리의 바램을 청해본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