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순교' 와 '나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7-05 04:42 조회수 : 52

‘순교’ 와 ‘나눔’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축일이다. 신부님은 1845년 8월 17일에 사제서품을 받으셨고 1846년 9월 16일에 새남터에서 순교하셨다. ‘순교’ 라는 단어는 사제들의 강론을 통해서 많이 듣는 주제이다. 입으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내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처절하고 급박한 상황을 견디어 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루카 10,27) 

이 말씀 중 앞 구절은 믿을 교리이고, 뒷 구절은 실천해야 하는 교리이다.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천하는 교리에서는 아직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프랑스인으로 한국교회 역사학자인 달레 신부(1829-1878)는 자신의 책에서 ‘당시는 무역이 성행하지 못하고, 영농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기근이 들면 일반 백성들은 식량이 부족으로 인해 부황증이 생기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천주교 교우촌에서는 나눔의 아름다움을 실천하고 생활했기 때문에 굶어 죽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라고 기술했다. 이처럼 서로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조금씩 나눔으로써 신앙을 지키며,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다. 예수님의 설교를 듣기 위해 모인 군중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말씀을 즉시 실천하였기에 ‘나눔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순교’와 이웃을 위한 실천적인 행동인 ‘나눔’이 현 시대를 사는 우리가 신앙을 갖고 주님의 뜻에 따를 수 있게 했다. 그러므로 현 시대에 있어서의 ‘순교’는 바로 ‘나눔’ 이라고 생각한다. ‘나눔’은 풍족한 것 중에서 남는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자신의 것 중에서 남는 부분을 희사한 것이 아니라, 불우한 이웃을 위해 자신에게 필수적인 것까지도 함께 내어놓았던 것이다. 이러한 이웃을 위한 작은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예수님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는 위대한 희생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진정한 신앙이라면 배고프고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다른 형제들을 외면해서는 된다. 모든 것은 하느님 안에서 서로 연관되어 있기에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형제가 많아질수록 결국 우리 사회도 건전성을 잃고 병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처럼 살겠다고 약속한 우리는 가진 것을 나누는 안에서 완성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있을 것이다. 나눔이 존재하는 세상이야말로 살맛나는 세상,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며,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어려운 현실을 해결할 있는 유일한 열쇠라는 것을 '순교 와 나눔'을 통해서 확신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