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사랑의 충고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26 04:49 조회수 : 58

사랑의 충고


살아오면서 나에게 충고를 가장 많이 해주신 분이 어머니이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나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서 충고를 아끼시지 않으셨다. 생각해보면 어느 부모님이든 자녀들을 걱정하시면서 살아가신다. 가끔은 이런 부모님의 충고가 다 큰 자식에게는 잔소리로 들리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충고가 지속되는 까닭은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여전히 당신들의 가슴 안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충고라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충고를 받는 것도 어렵지만 하는 것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잘못한 사람이 있더라도 충고를 하려면 큰 용기를 내야 한다. 만약에 상대방이 인정을 하지 않는다면 관계가 틀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불편한 이야기를 하면, 서로의 관계가 서먹해지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걱정하기에 대부분은 참고 그냥 넘어가는게 요즘 세태이다. 그래서 친구는 많아도 모든 것을 같이하는 친구가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마태 18,15). 복음은 다른 사람을 대동하거나, 교회에 알리기 전에 나에게 잘못을 범한 그와 단둘이 만나라고 강조한다. 복음에서 죄를 지은 사람을 가리키면서도 그를 형제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비록 나에게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신앙 안에서 한 가족을 이루는 형제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기에 잘못을 저지른 형제의 죄를 우리는 밖으로 떠들고 다니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남들이 모르게 그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충고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형제를 대하는 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열린 마음은 형제에 대한 사랑의 마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참으로 가까운 친구라면 우리는 서로 간에 서슴없이 충고를 할 수 있다. 그것은 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다. 복음의 가르침에 의하면 만약에 충고하기를 주저한다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을 재고해봐야 한다. 그리고 충고에도 방법이 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먼저 단둘이 만나서 타이르라고 간접적으로 가르쳐주고 계신다.


그리스도인은 형제에게 충고할 때, 율법에 기초하지 않는다. 충고의 토대는 사랑이다. 사랑이 있을 때 충고는 힘이 지니고 또한 효력이 있다. 사랑이 없는 충고는 잔소리일 뿐이다. 그래서 사랑의 충고를 하기 전에 반드시 잘못한 이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다른 이의 잘못을 타이르기 전에, 먼저 그를 사랑하기 위한 토대에 서기 위함이다. 기도하고 충고하면 잔소리가 되지 않는다. 이유는 내가 기도하고 충고하면 그것은 나의 충고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충고가 되기 때문이다. 나의 충고를 통해 주님께서 그의 잘못과 부족함을 채워주는 은총을 베풀어 주신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