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의 의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24 04:53 조회수 : 52

세례자 요한의 탄생의 의미 


대한민국에서 출산문제는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심각한 고민 거리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은 우리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출산율로 가다보면 100년 안에 나라가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런 면에서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러나 대책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생명에 대해서 얼마나 소홀히 하면서 살아왔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한 생명의 탄생은 우리에게 놀라움과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한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데는 오랜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혼인주례를 해주었던 부부가 예쁜 아이를 낳아서 돌잔치를 하면서 나를 초대한 적이 있었다. 정신없이 진행되던 돌잔치를 바라보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아이의 탄생은 참 많은 사람의 위상을 바꾸는구나.’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신랑은 아빠가 되고, 신부는 엄마가 되고, 장인 장모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고, 누구는 삼촌이, 누구는 고모나 이모가 되는 것이다. 본인이 원해서 된 것이 아니고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거저 얻어진 위상이다. 이처럼 한 생명의 탄생은 많은 것을 바꾸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지금부터 2천 년 전 한 아이의 탄생은 세상에 놀라운 변화의 시작을 가져왔다. 이 아이의 탄생으로 하느님의 오랫동안 예고하신 은총과 자비의 때가 시작된다. 또한 율법과 예언자의 시대를 마감하고 메시아의 오심을 알리는 분기점이 된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람의 탄생을 두고 “예언자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며 “여자에게 태어난 이들 가운데 이 사람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고 극찬하셨다. 이 아기의 이름은 ‘요한’으로 그 뜻은 ‘하느님이 불쌍히 여기신다’라는 의미로 아기를 통해서 하느님의 계획을 분명히 드러내 보이셨다. 


요한은 태어나기 전 마리아의 방문을 받았을 때 어머니의 태중에서 기뻐 뛰놀았으며(루가 1,44) 그래서 요한은 태어나기 전부터 예언자로 간택되고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보시기 전부터 그리스도의 선구자로 드러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섭리요, 은총이었다. 그럼으로 우리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시고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모두가 ‘요한’ 이란 이름으로 불림을 받도록 초대하고 계신다. 


오늘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지내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생명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 세례자 요한의 신앙 고백처럼 안에서 자신은 점점 작아지고 예수 그리스도는 커지실 있도록 노력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