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21 05:11 조회수 : 50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어린 시절에는 빨리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이’는 당황스럽고 낯설게 다가왔다. 특히나 인생의 절정기를 지나면서 조금도 반갑지 않은 불청객처럼 들이 닥친 ‘나이’가 60대에 접어 들며서 나의 행동거지와 마음을 비추는 또하나의 거울이 되었다. 이른바 ‘나잇값’에 대한 자의식이나 자각이다. 나이를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란 나날이 짧아지는 삶의 시간에 필연적으로 따라올 늙음과 병고와 고독과 죽음 때문만은 절대로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연함을 잃어가는 완고한 마음이나 편협성, 절제되지 않는 감정이나 옹고집 등 노인의 부정적 특성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이다.


살아온 시간만큼 넓고 깊어지며 좋은 사람이 된다면 더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다해도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결국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세상과 하느님의 진리를 모르는가에 대한 깨달음이다. 누구나 자신의 노년은 관용과 지혜와 평화로움으로 충만하길 바라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여정에는 노욕, 노추, 노탐 이라는 덫이 삶의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살면서 풍요롭게 누려온 것, 소유한 것, 그리고 성취에 대한 지나친 교만에서 비롯된 노욕 등은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얼마나 작고 허약한 존재인가를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제의 삶이 성숙해진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사랑에 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죄에 대한 인식도 자라면서 진화해가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거짓말이나 도둑질 등 행위로 지은 것들을 죄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선량한 이웃으로, 건전한 시민으로, 정 깊은 가족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은 법과 질서 위에 윤리와 도덕의 엄중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댄다. 그래서 어느 작가는 ‘죄란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는게 아니라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인생 위로 지나가면서 자기가 거기에 남긴 발자국을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엿새 동안 죄를 짓고 거룩한 주일 하루의 한순간 비로소 자신이 지은 죄를 돌아보는 신앙인이지만 그래도 미사 중에 탓이요 웅얼대며 가슴을 두드릴 때면 가슴 안쪽에서 불편하게 따끔거리는 못과 가시들을 은총의 표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양심으로 부터 오는 아픔을 느끼며 살아갔으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