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슬로우 패션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19 04:59 조회수 : 42

슬로우 패션 


요즘처럼 불경기에 의해서 삶이 팍팍할수록 사람들은 가성비를 따진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옷도 질보다는 가격을 먼저 생각하는 옷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빠른 상품 교체로 만들어지는 ‘패스트 패션’은 페스트 푸드 만큼이나 부작용과 심각한 윤리문제와 환경문제를 갖고 있다. 때로는 커피 두어 잔 값에 불과한 패스트 패션의 놀라운 가격은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 그 중에서도 나이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저임금에 의존할 때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더 낮은 비용을 찾아서 국경을 이동하는 패션 브랜드들의 반윤리적 행위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탄받아 왔다. 한 유명 브랜드 청바지의 경우, 소비자 가격에 포함된 노동자들의 임금은 판매가격의 2%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노동인권을 훼손하며 만들어진 옷을 입지 말자는 ‘깨끗한 옷 입기’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한다.


패스트 패션은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한 해만 지나도 장롱 속 애물단지가 되기 쉽고 가격이 싸서 한 벌 살 돈으로 여러 벌 사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소비패턴을 더욱 부채질한다.  또 패스트 패션의 소재는 대부분 화학섬유인데 제조 과정에서 투입되는 이산화질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310배나 강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싼 임금을 찾아 가난한 나라로 이전한 옷 공장에 낮은 환경기준을 틈타 독성폐수를 무단방류해 지역의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기업의 반윤리적 행각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패스트 패션은 대부분 그 생을 소작장에서 마무리하는데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의 위해성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권,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패스트 패션 대신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슬로우 패션’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슬기로운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슬로우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상표 뒤에 숨겨진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천연소재를 사용하거나 재활용하여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옷,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옷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독자적인 삶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바라시는 마음을 가지셨다. 그러기에 공정무역으로 만들어진 착한 옷은 생산자에게 공정한 대가를 주고 작업하는 사람들은 자연주의 옷을 제작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삶을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들도 멀쩡하지만 유행이 지난 옷들을 방치하거나 폐기하기 보다는 리폼해서 재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조금 불편해도 몸과 마음, 그리고 지구가 건강해지길 바라면서 사는 것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생명질서를 보존하고 미래세대에게 살만한 세상을 물려주는 삶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