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마태9,36).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이다.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공경하고 그 마음을 본받고자 하는 날이다. 그러면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은 무엇일까? 아마도 죄많은 우리들을 가엾이 보시고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밖히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후에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교회를 세우심으로 새 계약을 맺고자 하시는 당신의 의지를 드러내신 것이다. 그리고 사도들과 그들의 후계자인 사제들을 통해서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주님의 백성, 주님 목장의 양 떼로다”라고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환호성을 올렸듯이,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자랑하는 새 이스라엘 역시 “주님께서 하느님이심을. 그분께서 우리를 만드셨으니 우리는 그분의 것, 그분의 백성, 그분 목장의 양 떼로다”(시편 100,3)라고 기쁨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때문에 하느님께서 구약의 이스라엘에게 요구하신 것처럼, 신약의 백성들에게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것을 요구하셨다.
예수님의 12제자들은 그 출신은 다양했지만 가지와 나무의 관계처럼 예수님께만 붙어 있는 것이요 그분의 말씀에 순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12제자들은 사도들이라 불리며, 주님의 종으로서 예수님의 사명을 계속해서 수행했다. 그들의 주된 임무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선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12사도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치유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주셨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하는 것은 영혼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위한 것이요, 병자와 허약한 이들에 대한 치유는 이 세상 삶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다. 그렇기에 제자들의 이 권한은 사랑의 권한이다. 이 사랑을 우리는 이미 체험했다.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다”(로마 5,8). 따라서 사랑의 권한은 예수님으로부터 거저 받은 것이기에 타인들에게 거저 주어야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물과 같아서 흘러가야만 하지, 내 안에서 고이게 되면 썩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랑의 사명이 성직자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이 사명에 초대받고 있다.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을 따라 산다는 것의 시작은 타인에 대한 특별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갖는 것이요, 그 마음은 바로 하느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신앙인 스스로가 수확할 밭의 일꾼임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체험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우리의 말과 행위로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한다.